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 등 KIA 타이거즈 코칭스태프는 "투수가 안타를 맞는 것 보다 더 안 좋은 게 볼넷 허용이다"고 강조하다. 투수들에게 '도망가지 말고 적극적인 승부를 하라'고 주문한다. 김기태 감독은 "어차피 승부를 해도 안타를 맞을 확률 보다 범타로 끝날 확률이 높고, 빨리 승부를 해야 투구수를 줄여 길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조계현 수석은 "투수는 야수가 수비 위치에서 오래 서 있게 하면 안 된다"며 볼넷의 폐해를 지적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타자 입장은 정반대다. 최근 대타로 출전하고 있는 최희섭은 "안타를 치면 좋지만 볼넷이 출루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무리한 스윙보다 차분하게 공을 보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된다. 투수도 안타보다 볼넷을 허용했을 때 더 허탈할 것이다"고 했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 당연히 출루율이 높다. 공을 많이 보는 타자. 당장 안타를 못 때리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된다.
이런 기준으로 볼때 투수에게 가장 까다로운 타자 중 하나가 롯데 자이언츠 4번 최준석이다.
최준석은 27일 현재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리(24위·75타수 23안타) 5홈런(11위) 19타점(7위) 15득점(15위)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3할로 준수하고, OPS(장타율+출루율)가 10할2푼7리다. 자이언츠의 중심 타자로서 당당한 성적표다.
화력도 좋지만 타석에서 끊질긴 승부가 눈에 띈다. 101타석에서 볼넷 24개를 얻어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1개), 한화 이글스 김태균, kt 위즈 박경수(이상 19개), LG 트윈스 오지환(18개)를 제치고 1위다. 볼넷 2개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6게임이고, 지난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볼넷을 얻어냈다.
타석당 볼넷도 가장 많았다. 타석당 0.24개를 얻어 SK 와이번스 최 정(0.22개), 김태균(0.21개) LG 이병규, 박경수(이상 0.20개)에 앞섰다. 4번 타자로서 위압감을 갖고 있으면서, 끊질기게 승부를 가져갔고, 팀 타선 구성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타석당 투구수 또한 최준석이 1위다. 타석당 상대한 투구수가 4.86개다. SK 박정권(4.51개), 최 정(4.48개), 이병규(4.43개), 오지환(4.42개)에 크게 앞섰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승부를 한 결과다.
4번 타자의 집중도 높은 승부. 상대 투수의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최준석은 장타율이 5할4푼7리로 18위다. 팀 동료인 강민호(6할6푼1리), 황재균(6할5푼6리)보다 떨어지는데, 출루율은 4할8푼(3위)로 앞선다. 최 정(4할9푼4리)과 민병현(4할8푼5리)이 출루율 1~2위다.
최준석은 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에서 9타수 5안타 4타점 5득점 4볼넷을 기록했다.
앞서 4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최희섭은 볼넷 14개(13위), 경기당 볼넷 0.8개(8위), 타석당 투구수 4.32개(9위)를 기록했다. 이 세가지 기록 모두 KIA 타자 중 1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