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클로저 봉중근(35)이 10일 만에 등판했다. 25일 마산 NC전에 등판 1이닝 1안타 2탈삼진으로 무실점, 4점차 리드를 지켰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LG가 6대2로 승리했다.
봉중근의 종전 마지막 등판은 지난 15일 광주 KIA전이었다. 당시 뒤진 상황에서 등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3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 3점차로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봉중근 대신 셋업맨 이동현을 올렸다. 이동현이 깔끔하게 3타자를 막아 세이브를 기록했다.
양상문 감독은 그 경기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봉중근은 구위가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팔 스피드가 빨라지고 있다. 오늘 한화전은 중요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럼 LG 마무리가 이동현으로 바뀐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양 감독은 "아니다. LG 마무리는 봉중근이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을 곱씹어 보면 봉중근의 보직은 변함없이 클로저다. 그런데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 역할을 수행할 구위가 아니다. 그래서 승리를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라 가장 구위가 좋은 이동현을 투입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동현은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0.
양 감독은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하려고 한다. 봉중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동시에 실리까지 챙기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마무리를 바꾸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것이다. 봉중근은 LG 투수진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팬심'이 두텁고 자존심도 강하다. 봉중근을 중간 투수로 내리고 이동현을 마무리로 세울 경우 봉중근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또 이동현이 마무리로 성공할 지도 미지수다. 셋업맨과 마무리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 역할을 다 해본 투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적 부담의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마무리가 훨씬 힘들다는 것.
양 감독은 봉중근의 구위가 올라올 때가지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10일 만에 등판한 봉중근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안정감있는 경기를 했다. 첫 타자 조영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이종욱(삼진) 손시헌(좌익수 뜬공) 지석훈(삼진)을 범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쳤다.
봉중근은 최근 작은 변화를 몇 가지 주었다. 투구폼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봉중근이 시즌 초반 안 좋을 때는 왼팔이 너무 늦게 넘어왔다. 그러다보니 공이 왼손을 떠날 때 낚아채이는 느낌을 주지 않고 날리는 듯 했다. 공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더 편했다. 그래서 봉중근은 팔 스피드를 좀더 빠르게 가져갔다.
또 하나는 글러브를 바꿨다. 기존 것 보다 좀더 큰 걸 주문해서 받았다. 마운드 준비 동작에서 상대팀에 그립을 간판당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구와 변화구 그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명 '타짜'들 눈에는 그게 드러난다고 한다.
봉중근은 25일 NC전 등판으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봉중근은 지난 3년 동안 마무리 투수로 변신, 총 94세이브를 올렸다. 올해는 8경기에 등판, 3세이브(2패) 평균자책점 18.69를 기록 중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