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도 어느덧 7라운드가 흘렀다. 이맘때면 심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일까. 연례행사처럼 고개를 드는 것이 오심 논란이다.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18일 전북-제주전에선 제주가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전북은 후반 12분 레오나르도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하며 K리그 최다인 22경기 연속 무패(17승5무)를 달성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골이 오심에서 시작됐다.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한교원이 오프사이드였지만 부심의 위치가 잘못돼 깃발이 올라가지 않았다. 한교원의 침투에 이은 크로스를 레오나르도가 골로 연결했다. 프로축구연맹도 오심을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제주로선 통한의 패전이었다.
수원의 '역사적인 대승(5대1)'으로 막을 내린 슈퍼매치도 심판 판정 때문에 말이 많다. 애초에 심판 배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날 휘슬을 잡은 김종혁 주심은 수원과는 악연이 있다. 2011년 FA컵 결승전이었다. 수원은 성남과 맞닥뜨렸지만 오심에 울며 0대1로 패했다. 우승컵을 놓치며 땅을 쳤다. 이후 김 주심은 수원 팬들의 '기피인물'이 됐다. 이날도 김 주심이 소개되자 야유가 흘러나왔다.
이런 논란에도 왜 김 주심이 슈퍼매치에서 휘슬을 잡았을까. 프로축구연맹은 '컴퓨터 배정'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이라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간의 심판 통합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다. 이미 첫 단추를 뀄다. 올해 프로연맹이 아닌 축구협회가 K리그에서 활약할 심판 명단을 확정했다.
김 주심은 소위 말해 축구협회가 키우는 인물이다. 그는 축구협회가 야심차게 기획한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의 첫 번째 그룹에 속해 있다.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는 2018년 러시아,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인 심판을 배출하기 위한 심판 육성 정책이다. 슈퍼매치는 늘 가장 '핫'한 주심이 맡는다. 김 주심이 배정될 확률이 높았고, 아니나 다를까 현실이었다. '컴퓨터 배정'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야유를 받은 김 주심은 두 차례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전반 45분 수원 중앙수비수 조성진과 후반 41분 서울 중앙수비수 김진규였다. 조성진은 1-1로 균형을 이룬 전반 종료 직전 미드필드 중앙에서 서울 고명진과의 경합 과정에서 볼을 빼앗겼다. 골문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고명진 앞에는 골키퍼 뿐이었다. 1대1 찬스를 맞을 순간 조성진이 유니폼을 잡아 당겼고, 고명진은 쓰러졌다. 그러나 주심의 카드 색깔은 노란색이었다. 서울은 수적 우세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 땅을 쳤다. 프로연맹은 올 시즌 개막전 팬들이 열광하는 공격축구에 K리그 심판진도 호흡을 맞추겠다고 했다. 아크 부근은 물론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의 파울 적용도 과감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수표에 불과했다.
김진규의 살인적인 태클은 더 도를 넘었다. 5-1로 수원이 크게 앞선 상황이었다. 김진규는 역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바닥을 들어 염기훈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수원 벤치는 거세게 항의했다. 이성을 잃은 김진규의 거친 태클은 '동업자 정신'을 잊은 듯 했다. 다행히 염기훈은 큰 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진규의 카드 색깔도 '옐로'였다. 전반 조성진의 '보상 판정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연맹은 두 장면 모두 "오심이 아니다"라고 최종 결정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불문율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심판 판정은 존중돼야 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하지만 오심이 반복되면 문제다. 경기의 질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팬도 떠난다.
경고음이 필요할 때다. 시즌은 길지만 각 팀은 매경기가 절박하다. 버려야 할 경기는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심판 휘슬 하나에 공든탑이 무너지면 되돌릴 수없는 아픔이 된다. 심판은 성역이 아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서는 심판들의 자성이 먼저 요구된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오심 논란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스포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