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부터 외국인 투수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투수들 사이에 적응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재미를 보는 팀이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골칫거리가 돼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선수들도 있다.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투수 가운데 3명이 눈에 띈다. 롯데 자이언츠 조쉬 린드블럼, 삼성 라이온즈 알프레도 피가로,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시즌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투수들은 아니다. 다만 한국 무대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선수들 치고는 전지훈련 때부터 적응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대로 이들은 시즌 시작부터 눈부신 피칭을 펼치며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중이다. 지난 18일 잠실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8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의 역투를 펼쳤지만, 불펜진이 9회 역전을 당하는 바람에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8회까지 단 한 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고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9회말 선두타자 정진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강판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울 따름이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벌써 3번이나 했다.
피가로는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피가로는 전형적인 오버핸드스로 정통파. 메이저리그에서도 52경기에 등판한 경력이 있다. 전지훈련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제구력 부분도 기우였던 셈. 이날 현재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42의 눈에 띄는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26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7개를 내준 반면 삼진은 24개를 잡아냈다. 공격적인 투구, 안정적인 제구력이 피가로의 강점이다. 류중일 감독은 여름이 되면 구속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린드블럼이나 피가로에 비하면 켈리는 베일을 벗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범경기 때부터 날씨와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등판이 예정된 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왔다. 하지만 SK의 로테이션상 그가 빠질 수는 없는 상황.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지난 8일 kt 위즈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러 6⅔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구단 내부 시각을 완전히 잠재웠다. 21일 kt전에서는 5⅔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이 있다.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셋 모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여기에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린드블럼의 경우 140㎞ 안팎의 커터가 위력적이고, 켈리와 피가로는 140㎞대 초반의 투심이 땅볼 유도에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안정된 제구력 역시 세 투수의 공통점이다. 9이닝 평균 볼넷이 켈리는 2.79개, 피가로는 2.42개, 린드블럼은 2.03개다.
무엇보다 세 투수 모두 침착한 성격과 동료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감독들이 선호할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