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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소사, '갓' 소사의 냄새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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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우완 선발 헨리 소사(30)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었다. 그는 상대 타자를 압도했고, 실수한 팀 동료를 배려했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넘쳤다. 소사는 21일 2015시즌 KBO리그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3안타 무4사구 8탈삼진으로 무실점, LG의 대승(10대0)을 이끌었다.

소사는 올해로 한국 무대 4년차다.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에이스급 투수로 자리매김해가는 중이다. 이번 시즌 5경기에서 2승2패. 33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타자를 압도한다

2012년 KIA 타이거즈로 한국 무대를 노크했던 소사는 직구 구위 하나 만큼은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던지는 듯 했지만 구속이 150㎞를 훌쩍 넘었다. 또 투구수가 100개를 넘겼는데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 씹어먹을 정도로 강력한 맛은 없었다. 제구가 흔들렸고, 투구 동작에서 버릇이 상대팀에 읽혔다.

KIA에서 두 시즌 그리고 지난해 넥센을 찍고 올해 LG로 온 소사는 자신의 단점을 상당 부분 고쳤다. 제구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번 시즌 5경기 선발 등판에서 단 한 번도 3볼넷 이상을 내준 적이 없다. 21일 한화전에선 무4사구를 기록했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의 투구폼이 일정하다. 따라서 상대팀에서 '예측 스윙'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소사의 주무기인 직구의 힘은 경기 후반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95구째 던진 직구 스피드가 152㎞를 찍었을 정도다. 또 슬라이더와 완급 조절이 맘먹은 대로 가능했다. 빠른 슬라이더와 각이 큰 슬라이더를 섞어 던져 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동료를 배려한다

소사는 현재 LG의 에이스가 분명하다. 팀 공헌도가 가장 높다. 지난 5경기에서 33이닝을 버텨주었다. 21일 현재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이 페이스라면 200이닝에 거의 근접할 수도 있겠다.

소사 같은 이닝이터는 투수진을 돌리는데 있어 꼭 필요하다.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준다. LG는 21일 한화전에서 소사가 7이닝을 책임져주면서 김지용이 공 20개, 유원상이 12개, 이동현이 7개로 경기를 끝냈다.

소사가 마운드에서 믿음직스러운 건 팀 동료 야수의 실책에도 먼저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한화전 1회 수비에서 2루수 손주인이 상대 리드오프 이용규의 평범한 정면 타구를 실책했다. 소사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먼저 보냈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수가 먼저 마음을 열고 베풀어 주면 토종 선수들이 그 이상의 보답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소사는 그런 한국의 정서와 팀 융화를 위해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배려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심판을 읽는다

4년차 소사와 한국 무대 1년차 우완 루카스(LG)의 가장 큰 차이는 마운드에서의 여유다.

소사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많았다. 루카스는 이번 시즌 초반 주심과 스트라이크존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경기를 스스로 망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사는 주심과의 신경전을 전혀 이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자기가 선발 등판할 경기의 주심이 발표되면 그 심판이 선호하는 스트라이크존을 찾아보고 등판하고 있다. 국내 구단들은 심판별로 스트라이크존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갖고 있다.

소사는 심판을 상대로 투정을 부릴 게 아니라 심판의 입맛에 맞춰주고 선호하는 곳에 공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소사의 나이 이제 서른살이다. 한화전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올해 큰 '사고'를 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