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일 LG로부터 포수 윤요섭(33)과 내야수 박용근(31)을 받고 유망주 투수 이준형(22)을 내줬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나락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각성을 부추긴 사건은 넥센에서 한화로 간 이성열(31)이다. kt는 넥센과 이성열을 두고 먼저 얘기를 주고 받았다. 트레이드 논의중에 한화가 재빨리 이성열을 데려갔다. 한화로 간 이성열은 방망이를 수축시켰던 좌익수 수비 부담을 털어내고 펄펄 날고 있다. 연일 홈런과 타점을 올리며 한화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보며 아쉬움에 땅을 친 이들이 누구인지는 말 안해도 알 수 있다. kt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프런트 역시 느낀 바가 많았다.
이번 트레이드는 kt로선 즉시전력보강 차원이다. 꿈나무 이준형은 조범현 kt 감독이 아끼는 선수지만 팀 사정이 너무 절박하다. 전력자체의 불안정으로 kt는 11연패를 끊은 뒤 2연승, 이후 또 4연패(2승15패). 이런 상태라면 과연 3할승률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야구계에선 '역대 최초 100패 팀' 얘기까지 나온다. 어차피 신생팀이 첫해 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짧은 기간 선수도 없이 무턱대고 들어와서 맹활약할만큼 KBO리그가 만만치는 않다.
또 kt를 2년전 NC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외국인선수가 천지차이다. NC는 1군 합류 첫해인 2013년 찰리 쉬렉, 에릭 해커, 아담 윌크 등 3명의 외국인투수가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줬다. 또 지난해는 타자 1명을 써야 해 테임즈를 영입했는데 2년 연속 최고 외국인타자감으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kt 외국인선수들은 참담한 수준이다. NC용병들과 연봉차이가 아무리 크다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 수준이다. 투수는 옥스프링이 그나마 버텨주고, 타자 마르테는 폭발력이 부족하다. 투수인 앤디 시스코와 필 어윈은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재앙' 수준이다.
문제는 현실과 이상이다. 나머지 9개 구단은 kt를 승수쌓는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전력을 다한다. 약팀에게 패하면 1패가 아니라 2패라는 것이 야구계 통설이다. 잡을 팀을 확실히 잡아야 순위를 지키고,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kt로 인해 리그 흥미도가 반감될 소지는 크다. 뻔한 승부는 경기 몰입을 방해한다. 약하더라도 뭔가 반전을 만들고, 악착같이 따라붙고 죽기살기로 뛰어다니며 때로는 이기는 모습을 보여야 팬들이 찾아온다.
아직은 시행착오다. 리그의 치열함을 kt선수단 전체가 더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번 트레이드는 이런 면에서 시작점이라고 봐야 한다. 조범현 감독은 팀에 도움이 된다면 추가 트레이드 의사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물감 한방울이 전체 양동이 물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듯 kt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선수단을 깨우는 기폭제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