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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의 '득점루트 다양화' 해답. 최진행-이성열 플래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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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볼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한화 이글스는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일 현재 총 16경기를 치러 8승8패, 승률 5할을 마크하며 리그 중간 순위에 올라 있다. NC다이노스에 연승을 거두며 시즌 처음으로 위닝시리즈를 따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화의 저력은 이전에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상당히 인상깊은 활약을 한 두 명의 선수가 있다.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7회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최진행과 이날 경기에서 2번의 희생번트를 모두 깔끔하게 성공시킨 이성열이다. 임팩트 자체는 최진행의 2점 홈런이 월등히 크다. 5-6으로 뒤지던 7회말 2사 2루에서 NC 이민호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괴력의 장거리 2점 홈런(비거리 130m)을 날렸다.

그러나 이성열이 성공한 희생번트 2개의 가치는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다. 한화가 최근 쉽게 지지 않고, 경기 막판까지도 상대를 긴장시키거나 전세를 뒤집을 수 있던 건 바로 이런 자기 희생이 바탕이 된 세밀한 작전 덕분이기 때문. 실제로 7회 최진행의 역전 투런포는 이성열의 성공적인 희생번트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성열은 팀이 4-6으로 따라붙은 7회말 무사 1, 2루 때 깔끔한 희생번트를 성공해 추격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성열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기회를 만든 한화는 김회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5-6을 만들었고, 이후 2사 2루에서 최진행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타자의 한 방에 의해서도 점수가 나지만, 희생타로도 점수가 난다. 득점의 방식이 다변화된 모습이다.

그런데 이성열 또한 장타력과 결정력이 있는 타자다. 한화 이적후 타율 3할1푼6리에 득점권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중이다. 이런 데이터를 알고 있으면서도 김성근 감독은 이성열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조금이라도 득점확률이 높은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희생번트에 의한 득점 확률 증가. 그 이후에 나온 팀배팅 득점.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올수록 팀에는 도움이 된다. 어떤 형태로든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는 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와 벤치에는 부담이 된다. 다행히 이성열도 이같은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알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지닌 채 번트를 성공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 타석에 나와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김회성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김 감독은 최근 연승과 승률 5할에 관해 "선수들이 이제 각자 해줘야 할 것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진행의 결정적인 홈런이나 이성열의 희생번트 등은 '한화 이글스'라는 전체 팀 안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팀이 강해질 수 있는 지를 입증하는 단편들이다.

최진행도 잘 치고, 이성열도 잘 친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외야와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어 포지션이 겹친다. 기용법에 관한 고민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 "어쨌든 여러 카드가 생겼다는 건 팀에 좋은 일 아냐? 상황에 따라 두 선수를 나눠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최진행과 이성열이 상대 투수 유형 및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게 기용되는 '플래툰 시스탬'안에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다. 이성열은 좌타자고 최진행은 우타자다. 결국 좌투수를 상대할 때는 최진행이, 우투수가 나오면 이성열이 타석에 들어서는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