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범(27·18기)은 지난해 5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경륜 최고 빅매치인 스포츠조선배 대상경륜의 스타를 꿈꿨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벨로드롬에 나섰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까지 우승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승점의 스포트라이트는 선배 이현구(32·16기)가 가장 먼저 받았다. 데뷔 후 첫 대상경륜 우승의 금자탑을 쌓을 절호의 찬스를 놓친 박용범의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스쳐갔다. 2015년을 기약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불의의 부상이 박용범을 덮쳤다. 지난 1월 일본 도쿄 게이오카쿠경륜장에서 펼쳐진 '한-일경륜전'에서 낙차했다. 2월 대상경륜(스포즈서울배)을 대비해 컨디션을 조절할 만한 무대였으나 의욕이 앞섰던 게 탈이었다. 결국 박용범은 2월 대상경륜을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19일 광명스피돔, 맞수는 올 시즌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주상(32·13기)이었다. 지난 2월 대상경륜 우승을 차지한 김주상에게 모두의 눈이 쏠렸다. 경주를 앞둔 박용범은 "낙차 후유증 탓에 100% 컨디션은 아니다"라면서도 "매번 그렇듯 1등이 목표다. 최선을 다해 경주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용범은 제21회 스포츠조선배 대상경륜 결승점을 가장 먼저 끊으며 한풀이에 성공했다. 박용범은 경기도 광명스피돔 제13경주로 치러진 제21회 스포츠조선배 대상경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레이스 초반부터 김해팀 선배 이명현과 엎치락 뒤치락 했던 박용범은 막판 두 바퀴를 남겨둔 접전 상황에서도 꾸준히 2위를 고수하다 마지막 4코너에서 치고 나와 결국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박정우 경륜위너스 예상부장은 "김해팀인 박용범 이명현 황순철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김주상이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김해팀이 준결승전에서 선보이 협공전략을 결승전에서도 잘 활용한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박용범은 경기 후 "다른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오면 수월한 경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마지막 코너를 돌았을 땐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용범은 "(결승점을 통과한 뒤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 웃으며 "아직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상황이었지만, 죽을 힘을 다해 (자전거를) 탄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밝혔다. 박용범은 "지난해처럼 종합성적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도 매 경주가 결승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앞서 펼쳐진 우수급 결승에선 김형모(32·14기)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1위에 올랐다. 선발급에서는 2번 이창재(35·10기)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광명=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