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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내부 자성, 개혁 시급하다[KBL 바꿔야 산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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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바꿔야 산다 #5]

실무진의 방종, 왜 개혁이 필요한가



스포츠조선은 한국농구연맹(KBL)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침체된 프로농구의 부흥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KBL 바꿔야 산다' 시리즈를 게재했다. 그 마지막, 5번째 주제다. 가장 중요한 문제, 내부 자성, 내부 개혁이다.

최근 프로농구는 심판, 제도 문제 등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KBL 수장인 김영기 총재가 그 포탄을 모두 맞았다. 김 총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총책임자로 미숙한 부분을 여러 군데서 노출했다. 하지만 총재 한명 때문에 이 큰 조직이 흔들렸다? 아니다. 만약, 총재를 보좌하는 실무진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농구팬 민심 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KBL만 '언젠간 잦아들겠지' 하고 뒷짐지고 있을 뿐이다.

KBL 사정에 정통한 A 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만들어져도 실현이 되지 못하는 곳이 KBL"이라고. 무슨 뜻일까.

KBL은 김 총재 아래 이재민 사무총장, 이성훈 경기이사, 그 밑에 각 부서 실무팀장들이 있다. 이재민 총장과 이성훈 이사는 모두 농구계 경험이 많은 '농구인'들이다. 이 총장은 구단, KBL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KBL이 창립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김 총재가 초대 총재직을 수행할 때부터 인연이 있다. 이 이사는 선수 출신으로 경기이사직을 수행하기 전까지 삼성 썬더스 사무국장, 단장 등 구단 프런트로 일해왔다.

'농구인'으로 포장된 그들의 이력은 매우 좋을 수 있다. 농구에 있어 그 누구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두 사람 모두 김 총재와 가까운 인물들. KBL 내부에서는 한선교 총재 시절 안준호 이사에 이어 3인자에 그쳐 힘이 없던 이 총장이 김 총재 부임 이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실제 모든 현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 총장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전문성을 떠나 친분을 앞세운 고위층이 소통의 창구를 닫고 '쿵짝'을 하니 닫힌 시스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아래 구조도 문제다. 각 실무 팀장급 인사들의 전문성도 발휘되기 힘든 구조다. 운영, 홍보 등 다양한 조직이 있으면 이 분야에 맞는 전문 인력이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데 현 KBL 조직은 선순환 구조가 오랜기간 막혔다. 새로운 사업과 돌파구 마련을 위한 노력들보다는 조직 전반에 매너리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KBL 사정에 밝은 B 관계자는 "현 실무진 면면을 보면,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 싶다"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KBL이 아무리 망가진 조직이라고 해도 열정 넘치고 뛰어난 인재들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분위기가 문제다.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유별난 행동을 한다고 눈총을 받기 일쑤다. 매년 미디어데이, 시상식, 올스타전 등 주요 행사 레퍼토리가 뻔할 뻔자였던 증거다. 수년 전부터 KBL 주요 행사가 모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가 한 번 흥행이 됐었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학생체육관 행사를 고집하는 것이다. 이는 장소 문제가 아니라 당시 김종규를 포함한 경희대 3총사의 진로에 관심이 쏟아진 결과였다는 점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행사를 어디서 개최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단순 장소를 넘어 큰 발전 없이 '이렇게만 하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데 뭘 복잡하게 일을 만드려 하나'라는 생각이 문제다. 이번 시즌 시상식에는 '불통'이 화두였다. 팬들 초청을 공식적으로 막아 불난집에 스스로 기름을 부었다.

농구계 한 관계자는 "SK 나이츠 구단은 간부, 실무진 회의가 유연하다고 하더라. 직위가 낮은 사원들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고 한다.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KBL이 꼭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