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내일이라도 유니폼 벗을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그동안 마음속에 숨겨왔던 말들을 꺼냈다.
김 감독은 15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KBO가 빈볼을 던진 이동걸뿐만 아니라 김 감독과 구단에도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병원에서 링거를 맞다가 징계 소식을 들었다. KBO가 내린 결정이니 따라야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하기 싫으면 야구판을 떠나야한다"라면서 "이번에 야구 규약을 자세히 봤는데 4년만에 돌아와보니 감독, 코치에게 하지 말라는게 너무 많더라"고 했다. 또 "일본에서 경기를 본 사람도 있었다. 징계 결정을 얘기하니 놀라더라"고도 했다.
빈볼로 인정된 롯데전에 대해서는 이동걸의 컨트롤 미스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벤치에서 봤는데 포수(허도환)가 계속 인코너 사인을 내더라. 그 선수가 넥센에서도 그렇게 사인을 냈다. 결과가 그렇게 됐는데 그 문제에 대해KBO가 내린 것은 일다 내린거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김 감독은 "이 사태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김성근이라는 감독이 한국 야구를 위해서는 하면 안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젠 겁이 나서 투수들이 몸쪽에 못던진다. 지금같은 야구에서 몸쪽을 못던지면 쉽게 얻어맞는다"라며 빈볼 징계의 후폭풍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번 빈볼 사건으로 김 감독은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혼자 감수했다. 김 감독은 "내가 다 책임진다고 구단과 선수들에 일체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어제(14일) 이동걸이 찾아와 사과했고, 선수들도 사과했다. 난 괜찮다고 했다"라고 했다. 김태균이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도 말렸다고 했다. "그 아이까지 도마위에 올라가면 안되지 않나."
가족 얘기엔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막내가 울면서 전화했었다. 괜찮으니까 울지말라고 했다"는 김 감독은 "야구장에서 맞는 빈볼도 아프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맞는 빈볼도 아프다"라며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컸음을 말했다.
자신의 야구가 혹사 논란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한국 야구를 바꾸고 싶었다"는 말을 몇번 했다. "접전을 벌이면서 그속에서 새로운 야구, 잊었던 야구를 찾지 않나 싶다"면서 "지든 이기든 간에 인생은 끝까지 덤벼들면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이겼다고, 졌다고 경기 후반에 대충하는 야구가 아니라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 그에 따른 혹사 논란에 대해 혹사가 아니라고 했다. "트레이너가 오늘 안된다고 하면 난 내지 않았다"라고 했다. 5대3으로 삼성을 꺾은 14일 경기에서도 8회까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권 혁을 9회에도 올리려다가 권 혁이 몸이 좀 무겁다는 보고에 교체를 지시했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한화팬들이 등을 돌린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어떻게든 야구판을 바꾸고 싶다. 예전에도 나 혼자 싸웠고 지금도 나 혼자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한 김 감독은 "이런 식이라면 괜히 돌아왔나 싶다"면서도 "책임질 것 있으면 책임 질 것이다. 내일이라도 옷을 벗으라면 벗을 수 있다. 구단에 폐를 끼치면 내가 나가야지"라고 말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