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토종에이스 이재학이 시즌 첫 등판에서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좋았을 때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재학은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등판했다. 지난주 두 차례 비로 인해 등판이 연기돼 이날이 시즌 첫 등판이었다.
첫 경기 성적은 좋지 않았다. 2⅔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투구수는 72개였고, 3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을 기록했다. NC 벤치는 이재학이 3회 난조를 보이자, 지체 없이 최금강으로 교체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이재학은 2회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우전안타를 내줬다. 1사 후 이범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지만, 김다원과 강한울을 좌익수 뜬공과 1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타선의 득점지원으로 5-0 리드, 하지만 3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2사 2루서 필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했고, 뒤이어 나지완에게 볼넷, 최희섭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필에게 적시타를 맞았을 때 최일언 투수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올라와 이재학을 진정시켰지만, 재차 적시타를 맞자 결국 또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교체였다. 최금강이 이범호를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 추가 실점은 없었다.
평소 선발투수를 빨리 교체하지 않는 NC 김경문 감독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재학은 투구 밸런스가 불안해 보였다. 투구시 디딤발인 왼 발이 몸을 완전히 지탱하지 못해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레퍼토리로 장착하려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나, 있는 힘껏 공을 던지면서 몸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사이드암 이재학은 사실상 직구-체인지업의 투피치 투수다. 하지만 단조로운 패턴으로 인해 새 구종 장착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비시즌 슬라이더를 집중 연마했다.
72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은 직구 30개, 체인지업 21개를 구사했다. 싱커(8개), 포크볼(7개), 슬라이더(6개)를 함께 구사했지만, 여전히 두 구종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3의 구종으로 장착하려는 슬라이더의 경우, 여전히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상대의 배트를 이끌어내기엔 구속이나 각도가 다소 부족해 보였다.
밸런스 문제 외에 구속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재학은 이날 직구 최고구속 139㎞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공이 130㎞대 중후반이었다.
한창 좋았을 때 이재학은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직구처럼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구 구속이 다소 떨어져있다. 여전히 체인지업과 10㎞가 넘는 구속 차이를 보이지만, 직구의 힘이 떨어진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가 살아있다면 괜찮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직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변화구라고 효과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재학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10승을 올렸다. 신인왕을 차지한 2013년엔 평균자책점 2.88로 전체 2위, 토종 투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4.21로 치솟았다. 연도별로 투구 장면을 살펴보면, 밸런스나 팔 스윙에서 미세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2013년 보여줬던 와일드함은 점차 사라졌다. 이 부분이 구속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투구 밸런스와 구속. 두 가지 숙제가 보인다. 첫 등판에서의 실패, 이재학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시 정답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다. NC의 토종에이스 이재학이 다음 등판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