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손을 힘껏 뻗지만, 아직은 손끝이 약간 못 미칠 거리. 제10구단 kt 위즈와 '1군 첫 승'의 관계가 꼭 그렇다. 승리를 확실히 거머쥐기엔 실력과 집중력이 '아주 조금' 못 미친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야심차게 2015시즌 KBO리그에 입성한 kt는 아직까지 승리의 짜릿함을 맛보지 못했다. 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까지 9연패를 당했다. 신생팀 개막 최다연패 신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9번을 지는 동안 kt는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거의 승리 직전까지 갔다가 내준 경기가 여럿 있다.
1대2로 진 이날 SK전도 그 중 하나다. 7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다. 5선발 후보인 정대현은 4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뒤를 이은 불펜진도 그런대로 잘 버텼다. 그러다 6회말에 좌익수 김민혁의 포구 실책이 빌미가 돼 비자책으로 1점을 내줬다. 아쉬운 점수지만, 치명적인 실점은 아니었다. 따라갈 만한 거리다.
kt는 결국 7회초에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마르테의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가 도화선. 김상현은 삼진을 당했지만, 김태훈과 대타 신명철의 연속 안타로 1-1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1사 1, 2루에서 용덕한-박기혁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고, 곧이어 8회말 SK 선두타자 최 정에게 우월 결승 솔로홈런을 맞아 결국 1대2, 1점차 패배를 당했다.
kt 입장에서는 또 다시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경기. 하지만 자세히 복귀해보면 왜 아직 kt가 첫 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지난 8연패의 과정을 모두 집약해놓은 축소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선 kt는 이날도 선취점을 뽑지 못했다. 지난 3월2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개막전을 빼고는 선취점을 뽑은 경기가 없다. 늘 경기 초반 상대에게 점수를 주고 끌려갔다. 그렇다고 해서 득점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이날 SK전때도 1회초부터 기회가 있었다. 1사 후 2번 김민혁이 좌전안타에 이어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박경수도 볼넷으로 나가면서 1사 1, 2루의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때마침 타순은 4번 마르테-5번 김상현으로 이어졌다. kt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득점 구도가 만들어진 셈. 그러나 마르테의 삼진과 김상현의 1루수 뜬공으로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턱없이 낮은 득점력, 특히 타선의 해결력 부재가 시즌 초반 kt 연패의 주요 원인인 셈이다. 이런 문제는 경기 막판에도 또 kt의 발목을 잡았다. 1-1로 동점을 만든 7회초. 역시 1사 1, 2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안타 한 방이면 역전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앞서와는 달리 하위타선에 기회가 걸렸다. 8번 용덕한과 9번 박기혁이다. 사실 이들은 타격이 강한 선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kt에서는 리더급 선수들이다. 경험의 무게에서 다른 신진급 kt 선수들과 비교가 안된다. 말 그대로 '베테랑'이다. 어떻게든 한 방 정도는 쳐줬어야 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무기력하게 삼진을 당하며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정황이나 데이터를 보면 대타를 쓰는 게 맞았다. 하지만 kt 벤치에는 마땅한 대타요원도 없었다. 조 감독으로서는 베테랑들의 집중력을 믿는 게 그나마 최선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끈질긴 승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너무 쉽게 배트를 돌렸다. 용덕한은 5구만에 박기혁은 2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덜 다듬어진 수비도 문제다. 사실 6회에 실책에 의한 점수가 없었다면 이날 SK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용희 감독이 경기 후 "무기력했다"고 할 정도로 SK 타선은 침체돼 있었다. 그러나 kt의 허술한 수비가 이런 SK 타자들을 살려줬다.
0-0이던 6회말에 사고가 터졌다.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임 훈이 친 타구를 kt 좌익수 김민혁이 놓쳤다. 타구 판단을 너무 쉽게했다가 공이 글러브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결국 임 훈은 2루까지 나갔고, 1사 만루서 이재원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SK는 안타 하나 없이 선취점을 뽑았다. 아직 kt의 갈 길이 멀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연 kt는 언제쯤 문제점을 극복해 '마법'같은 승리를 거두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