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된 마음으로 계속 마운드에 오릅니다."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NC 다이노스의 최고참 투수 손민한(40)이 시즌 첫 선발 승리를 따냈다. 구위는 예전만 못해도, 관록과 운영능력은 한층 더 발전했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도 있다.
손민한은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시즌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2015 KBO리그 개막 이틀째였던 지난 3월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⅔이닝 6안타(1홈런)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던 손민한은 두 번째 도전에서는 승리를 따냈다. 이번에도 역시 퀄리티스타트(6이닝 비자책 1실점)에 성공하며 올시즌 한층 안정된 모습을 과시했다.
경기 시작 후 손민한은 3회초 1사까지 한화 7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했다. 노련미를 앞세운 두뇌 피칭의 전형을 보여줬다. 최고 구속은 141㎞에 불과했다. 그러나 2가지 패스트볼(포심, 투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던지며 한화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어놨다. 얻어맞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손민한은 철저히 정타를 맞지 않도록, 공에 변화를 줬다. 흔히 말하는 '지저분한 공'을 던진 것이다. 이런 공을 치더라도 멀리 가지 않고, 땅볼이나 뜬공이 된다.
3회초 1사 후 내야 실책으로 첫 실점을 했다. 8번 권용관의 타구를 NC 3루수 모창민이 다리 사이로 빠트리는 바람에 2루까지 보냈다. 이어 9번 강경학이 좌전 적시타를 쳤다. 홈에서 승부가 날 법 했다. 그런데 좌익수의 송구를 커트한 모창민이 또 송구 실책을 범했다. 포수 김태군이 잡을 수 없는 높이로 던져 결국 권용관을 홈에서 살려줬고, 동시에 강경학도 2루까지 보냈다.
NC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모창민을 지석훈으로 바꿨다. 손민한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조치. 다행히 손민한은 1사 2루의 위기에서 이용규, 송광민을 좌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이후부터는 노련한 경기 운영능력이 돋보였다. 5회에는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강경학 이용규를 중견수 뜬공, 1루수 땅볼로 잡았고, 6회에는 1사 1루에서 김태균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6회까지 손민한이 던진 공은 불과 79개에 불과했다. 대단히 경제적인 피칭으로 완투 페이스를 만들었지만, 시즌 초반에 점수차이가 많이 난 점을 고려해 김경문 감독은 7회에 이혜천으로 교체해줬다.
이날 손민한의 선발 승리는 꽤 의미가 크다. 역대 KBO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고령선발승' 기록이기 때문. 손민한이 만 40세3개월3일에 거둔 선발 승리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에서 경기 해설을 맡은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역대 최고령 선발승 기록 보유자다. 지난 2008년 9월13일 인천 SK전에서 42세 6개월28일에 선발 승리투수가 됐다. 2위는 '불사조' 박철순. 그는 1996년 9월4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했다.
이런 손민한의 승리에 대해 NC 김경문 감독은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손민한 투수가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못 따 아쉬웠다"면서 "오늘은 투수진의 큰형으로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 그 덕분에 타자들도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이 손민한이라는 뜻.
손민한 역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손민한은 "1위 기록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지 않은가"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코칭스태프와 팬분들에게 선발로서 믿음을 심어주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선발투수로서 계속 이닝을 던지다 보니 승부욕도 생기고, 의욕도 생긴다. 색다른 느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겠다. 요즘에는 계속 흥분된 기분으로 운동을 한다. 김경문 감독님께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흥분이 되고 있다"며 올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