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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시범경기 결산, ML 첫 시즌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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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선'에 승선한 강정호(28)가 시범경기를 마감했다. 그의 빅리그 데뷔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 교체출전했다.

4회말 수비 때 4번-2루수 닐 워커 대신 투입된 강정호는 무사 1루 상황에서 유격수 구스타보 누네스와 함께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5회 수비 때도 프레디 갈비스의 빠른 타구를 무난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6회초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좌익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늘렸으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강정호는 6회말 수비 때 교체돼 경기를 마감했다.

▶슬럼프도 있었지만, 타석에서 '장타' 매력 뽐냈다

총 18경기에 나선 강정호는 타율 2할(45타수 9안타)로 시범경기를 마감했다. 9안타 중 6개의 장타(홈런 2개, 3루타 1개, 2루타 3개)를 때려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프로야구에서 선보인 특유의 장타력을 뽐냈다.

지난달 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홈런을 터뜨리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강정호는 이후 부침을 겪었다. 이틀 연속 장타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 그리고 1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1안타 이후 5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를 두고 강정호 특유의 왼 다리를 드는 타격자세, '레그킥'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타격폼을 건드는 대신, 빅리그 첫 시즌을 보내는 강정호를 배려하며 교체 없이 끝까지 경기를 소화시키는 등 최대한 많은 타석을 경험하게 했다. 낯선 강속구 투수들의 공을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부진이 길어지자, 지난 27일에는 마이너리그 평가전에 강정호를 내보냈다. 게임 상황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던 마이너리그 평가전에서 강정호는 홈런을 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파이어리트 시티에서 보낸 시간이 약이 된 것일까. 강정호는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3루타를 시작으로 또다시 장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8일 경기부터 시범경기 마감까지 18타수 6안타로 타율 3할3푼3리. 이중 4안타(홈런 1개, 3루타 1개, 2루타 2개)가 장타였다. 교체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29일 토론토전과 5일 필라델피아전을 제외하면 매경기 안타였다.

▶유격수-3루수-2루수 척척, 수비에서 '미래' 확인했다

허들 감독의 배려 속에 타격감은 살아났다. 강정호는 오히려 수비에 있어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선보였다. 기록된 실책은 단 1개에 불과했다. 강정호는 유격수, 3루수, 2루수를 고루 경험하며,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강정호는 18경기 중 유격수로 8경기 선발출전하고, 2루수로 3경기, 3루수로 2경기 선발출전했다. 교체출전과 경기 중 교체를 포함하면 유격수 8경기, 2루수 4경기, 3루수 6경기를 경험했다. 실책은 2루수로 선발출전한 지난 2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한 차례 포구 실책을 범한 게 전부였다.

벤치멤버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은 강정호에게 멀티 포지션은 중요하다. 강정호는 지난 2008년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유격수 포지션으로만 출전했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2루와 3루 수비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수비 시 타구를 보는 방향이 달라 낯설 수 있는 2루 수비는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 때 염경엽 감독과의 훈련으로 충분히 적응했다.

멀티 포지션은 당장 강정호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교두보가 된다. 특히 주전 2루수 닐 워커의 장기계약 가능성이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2루 혹은 3루에서 차기 주전감으로 쓸 계획을 갖고 있다. 허들 감독 역시 시범경기 마지막 3경기에서 유격수 선발출전-3루수 교체출전-2루수 교체출전으로 강정호의 쓰임새를 점검했다.

피츠버그는 오는 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6개월 동안 162경기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강정호와 동갑내기 '절친'인 류현진(LA 다저스)과의 맞대결도 기대를 모은다.

같은 내셔널리그 소속인 두 팀의 맞대결은 올 시즌 총 6경기다. 첫 만남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피츠버그의 홈인 PNC 파크에서 열리는 3연전. 9월 19일부터 21일까지는 다저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겨 3연전을 치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