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팀' 광주 FC의 돌풍이 매섭다. 2승1무로 클래식 2위에 자리해있다. 시즌 초반 강팀을 피한 대진운과 조직력을 앞세워 클래식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 돌풍을 이끌고 있는 주역 역시 신선하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린 베테랑 수비수 이종민(32)이 거센 바람의 진원지다. 이종민은 4개의 공격포인트(2골-2도움)로 클래식 최다 공격포인트 1위에 올라 있다.
프로 14년차 수비수 이종민은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이름이다.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2006년에는 도하아시안게임, 2008년에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나서며 태극마크와도 인연을 맺었다. 프로에서는 '빅클럽 전문' 선수였다. 2002년 수원에 입단해 울산→FC서울→수원을 거쳐 지난해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소속팀은 화려했지만 그는 수원과 울산, 서울에서 큰 흔적을 남기지 못하며, 팬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올시즌 화려하게 비상했다. 시즌 초반부터 날카로운 오른발 킥을 바탕으로 광주 돌풍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비결은 '열악함'이었다. 빅클럽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열악한 환경을 광주에서 처음으로 접하며, 축구에 대한 소중함과 굶주림을 깨달았다.
이종민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에 있던 팀들과 비교해 여건이 좋지 않고 여러가지로 열악하다. 운동장도 마음대로 쓸수 없고, 클럽하우스도 없다. 그러나 이런 환경 때문에 축구를 위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게 됐다. 초심으로 돌아가니,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빅클럽에서 벤치를 지켜온 이종민은 광주 이적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전담 키커 역할도 맡았다. 지난 시즌 이종민은 3골-6도움을 올리며 광주의 승격을 이끌었다. 올시즌에도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3경기에서 2골-2도움을 기록하며 광주 돌풍의 중심에 섰다. 주무기는 날카로운 킥이다. 그는 "지난해 남기일 감독님이 광주가 세트피스에 약하다고 특별 주문을 하셨다. 올해 전지훈련에서 프리킥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그 결실이 시즌 초반부터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위상도 달라졌다. 잇따른 인터뷰 요청에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집안에서도 '아빠의 이름으로' 당당해졌다. 이종민은 "첫째 딸이 7살인데 경기장에도 온다. 딸이 크다보니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침 광주에서 이적 제의가 왔다. 최근에 경기에도 많이 나가고 골도 넣다보니 딸이 어린이집에서 아빠 자랑을 하는 것 같다. 요즘 아빠 노릇을 하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했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버저비터 골 등 프로생활 14년만에 겹경사를 맞고 있는 이종민은 내심 올시즌, 최고의 시즌을 꿈꾸고 있다. 프로 첫 두자릿수 공격포인트 달성이 첫 번째 목표다. 그는"아무래도 수비수니깐 골보다는 어시스트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도움을 많이 올려 처음으로 두자릿수 공격포인트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빅클럽 전문 선수' 이종민이 시민구단 광주에서 행복한 축구인생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