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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한화, '그린라이트'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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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신호등이 눈부시게 켜졌다. 달라진 한화 이글스의 미래를 비추는 불빛이다.

한화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연장 12회 대접전끝에 4대5로 역전패했다. 통한의 패배였다. 새롭게 부임한 김성근 감독(73) 체제에서 치른 첫 정규리그 공식경기. 승리 기회가 먼저 찾아왔다. 외국인 1선발 미치 탈보트의 6이닝 5안타 1실점 호투가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의 2루타 2개와 김경언, 강경학의 2타점씩을 묶어 6회까지 4-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중반 이후 한화는 흔들렸다. 불펜이 7회와 8회 각각 2점, 1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한 뒤 뒤이은 재역전 찬스에서 점수를 뽑지 못하고 결국 연장 12회말 넥센 서건창에게 끝내기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김 감독은 이날 패배에 대해 "선수들은 잘 해줬지만, 벤치에 미스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반 선수 교체 타이밍의 미세한 오류를 자책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한화의 달라진 모습을 꽤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화가 올 시즌에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말 김 감독이 부임한 이래 혹독하게 몰아친 '지옥훈련'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변화는 바로 '스피드 진화'다. 그라운드에는 '그린 라이트'가 환하게 들어왔고, 선수들은 어떻게든 한 베이스씩 더 나가려는 의욕과 집중력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느림보 군단'이었던 한화의 극명한 변화다.

이날 한화는 총 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2회 1사 후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5번 김회성이 첫 주자. 이어 3회 1사에서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9번 강경학이 두 번째 도루에 성공. 4회에는 2사 후 볼넷을 얻어낸 8번 송주호가 단독 도루를 해냈다. 마지막으로 4-3으로 앞선 8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온 모건이 우전안타를 친 뒤 2루를 훔쳤다. 특유의 'T-세리머니'가 나왔다. 이날 한화의 4번째 도루였다.

한화가 한 경기에 4번의 도루를 해낸 것은 기록할 만한 일이다. 2012년 9월19일 대전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해낸 이후 무려 2년6개월. 날짜로는 921일 만의 사건이다. 김 감독이 캠프 기간 내내 강조한 '뛰는 야구', '병살타가 적은 야구'로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한화는 팀 도루 8위(70개)였다. 2013년에도 70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리그 최하위였다. 느린 주력으로 인한 데미지는 수없이 많다. 가장 문제는 득점력 저하다. 1사 1루에서 2루타를 쳐도 1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한다. 심지어 1사 2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게다가 병살타도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해 한화의 팀 병살타는 무려 125개로 리그 최다였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도루가 가능한 김회성, 송주호, 강경학 등을 집중조련한 것이다. 물론 이용규나 정근우, 모건 등 타고난 도루 능력자들에게는 일찌감치 '그린라이트'를 켜줬다. 한화가 보다 빠른 팀으로 변화하기 위한 기초작업이었다. 그 성과가 개막전부터 나타나는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