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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모건, '캐릭터'만큼 강력했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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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이저 모건과 한화 팬들에게 사과한다.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그리고 시범경기를 지켜보며. 외국인선수 모건에 대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스탠스를 약간 오해했었다. 모건 한국 야구문화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길들이는 과정이 다소 길어지는 것을 '교체 수순'이라고 확대해석했고, 그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김 감독의 개막경기 후 소감을 빌어 말한다. "벤치는 잘 했지만, 기자의 미스가 있었다."

김 감독의 기다림은 옳았다. 때때로 "모건이 중요한가?" "(모건은)너무 말이 많아." "우리 팀은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혼자 튀면 안된다." 등의 강한 어조로 모건을 질책하면서도 김 감독은 끊임없이 2군에서 모건이 몸을 만들고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보고받았다. 분명 뛰어난 자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상태와 태도만 좀 더 만들어지면 팀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 판단이 정확했다. 베일을 벗은 모건은 확실히 '물건'이었다.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5타수 4안타 2득점 1도루의 맹활약을 했다. 모건이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안타를 많이 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중심타자와 테이블세터가 모두 가능한 타격 스타일이 눈에 띈다. 안정된 수비력도 발군이다. 무엇보다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건은 이날 4안타 중에 2개를 2루타로 기록했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밴헤켄으로부터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뽑아냈다. 6회의 2루타는 행운이었다. 넥센 유격수와 3루수의 충돌 과정에서 생겼다. 이건 논외로 하자. 대신 8회 선두타자로 나와서도 잘맞은 우전안타를 쳤다. 코스만 약간 좋았다면 2루타도 가능했다. 타구는 대부분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갔다. 장타력이 충분히 있다는 증거.

모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타격 때 오른쪽 어깨를 끝까지 닫은 상태에서 배트를 몸에 붙여 빠르게 돌린다. 배트 스피드도 좋지만, 임팩트 때 제대로 타구에 힘을 실어칠 줄 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그걸 입증한다"고 설명한다. 상황에 따라 중심타선에도 나올 수 있다는 뜻.

이와 함께 4개의 안타를 모두 선두타자로 나와 때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회와 6회, 8회, 그리고 연장 12회에 안타를 날렸다. 더불어 8회에는 안타 이후 도루를 했고, 연장 12회 안타는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안타였다. 장타력 못지 않게 리드오프 혹은 테이블세터가 반드시 갖춰야 할 출루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성향에 따라 이닝 선두타자로 나오는 걸 선호하지 않는 타자들이 있다. 출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모건은 이런 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충분히 앞 타순으로 갈 여지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측면도 눈에 띄었지만, 역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특유의 '캐릭터'다. 모건이 스스로 "또 다른 자아"라고 부르는 '토니 플러시'는 이날 5번이나 등장해 한화 팬을 열광시켰다. 토니는 모건이 안타를 치거나 도루에 성공하면 나타나는 '캐릭터'다. 관중석을 바라보며 왼손 바닥에 오른손 손끝을 대 'T'자 모양을 만드는 'T-세리머니'와 함께 등장한다.

프로 선수는 실력과 함께 상품성도 갖춰야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이왕이면 친근하고 익살스러운-가 있다면 뛰어난 상품성을 지닐 수 있다. 그리고 팬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 보다 많은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미 모건은 이런 경험이 있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시절 '토니 플러시' 캐릭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 캠프에서 모건을 보고 'T-세리머니'로 인사하는 일본인 청소년을 많이 목격했다.

개막전에서의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모건은 분명 '한화 부활'의 핵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그런 역할을 하면 할수록 '모건&토니'도 한국에서도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