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기분좋은 대역전승을 거둔 롯데. 하지만 비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기에 개막전 승리로 마냥 들떠있을 수 없다.
롯데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6점의 점수차를 극복하며 12대9 대역전승을 거뒀다. 2-8로 뒤지던 5회말 대거 7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1루수 박종윤이 6-8 상황서 바뀐 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결승 스리런홈런을 때려내며 이날의 영웅이 됐다. 경험이 부족한 kt는 선발투수까지 내리며 박종윤을 상대로 맞불을 놨지만 예상치 못한 홈런을 허용하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런데 이 박종윤의 결승포 속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다. 구단과 팬들이 들으면 너무도 안타까워할 얘기다.
박종윤은 이날 경기 첫 타석 삼진을 당했다. 문제는 삼진을 당하는 과정에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은 것. 상대 선발 필 어윈이 던진 공을 건드렸는데, 공이 배트 밑 부분에 맞으며 박종윤의 오른쪽 발목 안쪽을 강타했다. 야구 선수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 박종윤도 단순 타박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통증이 있었다. 그나마 경기에 계속해서 집중하고 있었기에 참고 뛸 수 있었다. 그렇게 수비도 하고, 5회 결정적인 홈런포를 때려내며 사직구장 만원 관중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경기 후 기쁨을 누리지도 못했다. 발목 통증이 갑자기 몰려왔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니 고통이 심해졌다. 결국, 잠이 들어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했다. 트레이너 파트도 선수를 위해 휴식을 반납했다. 늦은 밤, 병원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생각 외로 충격적이었다. CT 검사 결과 일단 발목 안쪽 뼈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자세한 결과와 치료 내용 등에 대해서는 29일 오전 전문의를 통해 들을 예정이지만 당장 이날 열리는 kt전 출전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세골절 확진이 나면 조금 더 오래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결국 금이 간 발목을 가지고 결승 홈런을 때려내는 눈물의 투혼을 발휘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웬만한 통증에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 박종윤이지만, 늦은 밤 집에서 혼자 끙끙 앓다가 어쩔 수 없이 트레이너 파트에 연락을 취했을 상황을 생각하면 그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만 하다.
그렇게 박종윤에게는 2015 시즌 개막전 날이 최고의 순간에서 아픔의 순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 지금의 좋은 타격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 박종윤은 "1루수 치고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냉정한 평가에 이번 겨울 이를 더 악물었다. 지난해부터 장착한 레벨 스윙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밤마다 방망이를 돌렸다.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럽게 시즌을 준비했고 이종운 감독도 "우리 5번 타순에는 종윤이가 있다"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박종윤이 눈물의 투혼으로 중요했던 개막전 선수단에 큰 선물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 팀 분위기상, 신생팀에 개막전 패배를 당했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박종윤이 이런 투혼을 발휘했으니, 이제 중요한 건 남은 선수들이 박종윤과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그가 돌아올 때까지 어렵게 만든 상승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주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