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북→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3연전, '슬로스타터'의 우려는 현실이었다.
FC서울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울산에 0대2로 패한 서울은 전북과 포항에 각각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서울은 2013년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14개팀 가운데 12위까지 떨어졌다. 4무3패 끝에 1승을 수확했다. 그 해 7연승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4위로 마감했다. 지난해에도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고, 브라질월드컵 브레이크 전까지 3승3무6패에 머물렀다. 12개팀 중 11위까지 추락했다가 회생해 3위로 리그를 끝냈다.
예년과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잘못 꿴 첫 단추로 어두운 그림자가 더 선명하다. 엇박자의 연속이다. 팬들이 분통을 터트릴만 하다. 정조국은 동계훈련에서의 맹활약과는 달리 최전방 공격수로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간판으로 역할을 해야 할 윤일록은 절박함이 없다. 오스마르도 컨디션이 떨어지며 공수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야심작으로 꺼내든 신인 김민혁 카드도 신통치 않다. 공격과 미드필드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다보니 골을 넣을 방법이 없다. 벤치의 위기대처능력도 떨어지면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기력한 경기로 상대에 끌려다니다 12개팀 가운데 11위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현성이 제자리를 잡고 있고, 윤주태도 포항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공격라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상으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몰리나도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된다. 최 감독은 "심각한 위기라는 의식을 가질 것이다. 지난 3경기는 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절망을 얘기할 단계는 안된다. K리그는 아직 35라운드가 남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도 이제 반환점을 찍었다. 다만 처방은 빠를수록 좋다. 최 감독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동안 최적의 조합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반전의 카드도 있다. 박주영이다. '만능 키'가 될 지 관심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 감독은 11일 훈련에 합류한 박주영을 더 이상 아낄 여유가 없다. 박주영은 다음달 4일 제주와의 4라운드에서 첫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감독도 "주영이는 분명 다른 부분을 갖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주영의 뭔가 다른 부분은 문전에서의 위치 선정, 빈공간을 파고드는 능력, 반박자 빠른 슈팅 타임, 그리고 축구 지능이다.
K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8월 해외에 진출한 그는 7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유가 생길 때마다 컨디션 조절차원에서 친정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지난해에도 아스널과 계약이 만료된 이후 약 두 달간 서울에서 훈련했다.
박주영이 투입되면 연쇄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그는 활동 반경이 넓다. 경기를 읽는 눈도 탁월하다. 상대 수비라인을 교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충분히 전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최 감독은 서울의 2015 시즌은 4월부터가 '진짜'라고 했다. 박주영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