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야구를 편하게 했더군요."
지난해 11월부터 근 5개월 가까이. 한화 이글스 이용규는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사복보다 유니폼을 입고 보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성근 감독(73)과 함께했던 시간들이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동안 이용규는 새로운 야구의 세계를 봤다. 거기서 내린 깨달음. "아, 나는 야구를 편하게 했구나."
이용규는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악바리'다. 시련을 실력으로 이겼고, 핸디캡을 연습량으로 커버해 결국 성공한 일류 선수가 됐다.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4년 LG에 입단했지만,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1년 만에 KIA로 트레이드됐다. 이때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배트 스피드와 선구안에 집중했다. 그렇게 KIA에서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찬 이용규는 국가대표 외야수이자 프로야구 최고의 리드오프로 거듭난다.
하지만 2013년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어 한화에 입단한 뒤 한 동안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깨 부상과 수술 등으로 2014시즌 104경기 출전에 그친 것. 수비는 할 수 없었다. 지명타자로 나왔다. 그것이 또 이용규의 자존심을 긁었다. 때문에 이용규는 올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이를 악물었다. 마침 김성근 감독이 새로 팀에 부임하면서 더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만난 김 감독은 이용규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강하게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각오를 충분히 하고 들어왔음에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이용규는 "정말 죽을만큼 훈련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피곤이 몰려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시간을 겪어내면서 이용규는 비로소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의 본질과 왜 이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지에 대한 이유를 깨달았다고 한다. 이용규는 "감독님은 정말 모든 면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었다. 우리에게도 늘,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신다. 그게 바로 감독님 야구의 본질인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의 좌우명이 바로 '일구이무(一球二無)'다. 두 번째는 없다는 생각으로 공 하나하나에 최선의 집중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이용규가 깨달은 '김성근 감독 야구'의 본질과 일맥상통한다. 이용규는 "감독님을 옆에서 보면 모든 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신다. 덕아웃에서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신다. 매 순간을 승부의 일화이라고 보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내다보니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덕아웃에서도 공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된다. 물론 그렇게 하는게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 동안은 야구를 좀 편하게 해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오기가 커진 것. "훈련한 게 억울해서라도 올해는 무조건 잘할 거다."라는 이용규의 말에서 한화의 투지가 느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