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뭐, 큰 의미없어요. 오래 하다보면 다 하는거지."
늘 그렇듯 손사래를 쳤다. 감독 '500승'을 달성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대답. 그러나 그가 이뤄낸 업적은 결코 "누구나 다 하는" 것들이 아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또 다른 대기록을 달성하며 챔피언 3연패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역대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승(42승)기록을 세웠다.
유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86대79로 이겼다. 의미가 큰 승리다. 이 승리로 모비스는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함께 역대 통산 최다 챔피언결정전 우승(6회)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1승만 더 거두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대기록을 세울 기회를 잡는다. 확률상으로도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확률이 매우 커졌다. 역대 4강 PO에서 1승1패를 기록했을 때 3차전에 이긴 팀은 무려 88.2%(17회 중 15회)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유 감독을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감독으로 만들었다. 종전까지 유 감독은 최근 kt와 결별한 전창진 감독과 함께 41승으로 최다승 타이기록을 갖고 있었다. 승률은 유 감독이 56.2%(41승32패)로 전 감독(55.4%, 41승33패)보다 약간 높았다. 그런데 이날 유 감독이 PO에서 1승을 추가하며 'PO 감독 최다승' 타이틀을 따낸 것. 유 감독은 승리 후 이 기록에 대해 "오래 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유 감독의 말은 겸손일 뿐이다. 모비스를 강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이날 승리도 마찬가지다. 2차전에서 허무하게 진 뒤 유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를 질타하기도 했고, 전술적인 보완점도 만들었다. 유 감독은 "그렇게 방심하지 말라고 했건만 2차전때는 완전히 넋을 놓고 졌다. 경기 후에 그 점에 관해 호통을 쳤다. 전술적으로는 상대 2대2 공격을 잘 막지 못한 게 아쉽다. 2차전을 마친 뒤 상대 2대2 공격을 막는 연습과 우리의 공격을 좀더 넓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했다"고 밝혔다.
결국 3차전은 유 감독의 의도대로 풀렸다. 모비스 선수들은 이날 오전 훈련 때 이례적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투혼을 끌어올렸고,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상대 김시래-메시의 2대2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유 감독의 '직전제자'인 양동근이 18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차전 때 부진해 유 감독으로부터 "팀에 해가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25득점 17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무엇보다 박구영의 맹활약이 돋보였다. 3점슛 5개를 포함해 17득점을 했다. 적재적소에 터트린 3점포는 LG의 추격세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 때는 잘 안보이더니 PO 들어 잘하고 있다"며 박구영의 활약을 칭찬했다. 유 감독에게 승리의 기쁨은 찰나에 그친다. 그는 이날 승리 후 곧바로 "4차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유 감독의 PO 최다승 기록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