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끼리 소리도 치고 하더라고."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2차전 패배의 충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푸는 사이, 라커룸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미리 준비한 3차전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일. 시즌 내내 계속 해왔던 패턴이다.
이렇게 유 감독이 여유를 되찾을 수 있던 건 선수들을 믿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선수들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믿음이 확고하다. 게다가 2차전의 패배를 그냥 넘기지 않고, 다시 투지의 고삐를 조이는 계기로 삼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했다. 유 감독은 "2차전때는 다들 방심해서 그랬지만, 이제는 더 안그러겠죠"라고 했다.
특히나 유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한 건 3차전을 앞두고 치른 오전 훈련 때 '어떤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 유 감독은 "훈련 끝나고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막 소리도 지르고 하더라고요. 뭐 '잘해보자'는 뜻일텐데, 그런걸 보면 뭔가 2차전 때와는 다른 모습이 나올 거 같네요"라며 이날 오전 훈련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실 지난 2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 패배는 모비스 입장에서는 '충격'이라고 할 만 했다. 체력적으로도 유리했고, 특히나 이날 오전 LG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구단으로부터 퇴출되는 일까지 생겨 모비스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결과는 LG의 승리였다. 혼자서 뛴 크리스 메시가 21득점-25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하면서 팀의 75대69승리를 이끌었다.
유 감독이 이 패배에 대해 내린 평가는 "방심에 의한 자멸"이었다. 주장 양동근부터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까지 모두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뜻. 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방심한 점에 관해 단단히 지적을 했죠. 그 한 번뿐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두 번 이상 하면 선수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대신 선수들이 알아서 그런 점을 계속 생각한 것 같아요. 우리가 평소처럼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라고 3차전의 선전을 기대했다. 아침 훈련때 본 선수들의 파이팅이 유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듯 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