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 모일 수 있을런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이 시범경기 기간에 늘 강조한 말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스프링캠프부터 이어진 고민. "과연 한화 이글스의 베스트 멤버는 언제쯤 다 모일 수 있을 것인가." 각종 부상등으로 인해 베스트 멤버가 제대로 모여 훈련하고, 경기에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기간에 '베스트 구성'을 해보려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결국 한화는 시범경기를 최하위로 끝냈다.
이미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지면서 한화는 시범경기를 최하위로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팀 타율 8위(0.228)에 팀 홈런 최하위(1개), 팀 평균자책점 9위(4.89)에 팀 실책 공동 9위(10개)로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올시즌 성적에 대한 우려감도 커진다. 김 감독의 부임 이후 혹독한 훈련을 통해 한화의 변화가 기대됐지만, 실제로 시범경기에 나타난 변화가 그다지 없어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한화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일단 김 감독이 오랫동안 해왔던 고민거리. 즉, '베스트 멤버'가 모이면 지금과는 좀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들이다. 시범경기에 나타난 모습이 한화의 진짜 실력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야수쪽에서 한화는 제대로 된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다. 라인업으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번 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용규는 아직 수비력이 완전치 못하다. 정근우는 캠프 막판 턱골절상으로 시범경기에 전부 결장했다. 타격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까지 회복됐지만, 아직 수비는 무리.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 합류 여부도 미지수다. 주장이자 4번타자인 김태균도 종아리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도 시범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손실은 조인성의 이탈이었다. 지난 12일 SK와의 경기 도중 안타를 치고 나가다가 종아리 근육이 찢어져 현재 일본에서 재활 중이다. 아무리 빨라도 5~6월까지 조인성을 1군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측면. 포수의 역할을 팀 전체 전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감독으로서는 조인성의 빈자리를 메울 생각에 매일밤 늦게까지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이용규의 정상적인 수비와 정근우의 빠른 복귀, 김태균의 장타력 회복이 한화 전력 상승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일단 이 세 가지 측면이 이뤄진다면 시범경기에 나타난 문제점이 상당부분 개선될 여지가 크다. 따져보면 시범경기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실책이나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른 선수들은 현재 테스트 중인 백업 선수들이었기 때문.
관건은 한화가 과연 언제쯤 안정된 전력을 갖출 수 있느냐다. 시범경기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해본 무대였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되면 멤버 구성과 경기 운용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개막과 동시에 시범경기의 모습에서 180도 변모할 것이라고 여기는 건 무리다. 내부적으로는 4월 중순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전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의 변화를 정말로 판가름 할 수 있는 시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