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지. 그래도 난 프로페셔널이니까…"
경기 결과는 매번 예측대로 풀리는 게 아니다. 예측이 100% 들어맞는다면 굳이 경기를 치를 이유가 없다. 그냥 이전까지의 테이터나 선수들의 컨디션, 벤치의 지휘력 등을 수치화해 서로 비교해보기만 하면 끝도. 하지만 이런걸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종종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한다. 데이터와 컨디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투지와 투혼 등은 미리 알 수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지난 20일 남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LG와 외국인선수 크리스 메시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 바로 이런 스포츠의 속성을 입증한다.
메시는 이날 21득점-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덕분에 LG가 모비스를 75대69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었다. 메시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LG는 결코 승리를 따낼 수 없었다. 특히나 이날 메시는 40분간 혼자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이날 오전에 구단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애국가 스트레칭'과 개인 SNS상에서의 무례한 행동이 원인. LG로서는 전력의 큰 출혈을 감수한 결정이다. 4강 PO 조기탈락의 위험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일이기 때문.
그러나 메시의 활약으로 LG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과감한 결정으로 오히려 팀워크는 단단해졌고, 농구팬의 지지도 커졌다. 그러면서 승리까지 거뒀다. LG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LG는 커다란 잠재적 위험요소를 떠안고 있다. 바로 '메시의 내구성'이다. LG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와 5차전 혈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은 많이 떨어졌다. 메시도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이제 메시는 계속 혼자서만 뛰어야 한다. 제퍼슨의 갑작스러운 퇴출로 팀내 위일한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전력 차이는 크다. 이는 곧 메시가 앞으로도 계속 40분 풀타임에 가깝게 코트에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출전시간 자체가 확 늘었다. 6강 PO에서 메시의 출전시간은 경기당 평균 14분42초였다. 그러나 4강 PO 1, 2차전 때는 31분15초로 확 뛰었다. 2차전 40분 풀타임 출전의 영향이 컸다. 이쯤되면 메시의 내구성이 우려될 상황이다. 메시는 2차전 종료 후 "실제로 꽤 피곤하다. 그래도 (승리를 위해서)내가 해야할 일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피로감을 참고 뛴다는 뜻. 메시는 여기에 덧붙여 "농구를 해오면서 40분 경기도 많이 해봤다.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메시가 앞으로도 계속 혼자 LG 골밑을 지켜야 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내구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 김 진 감독 역시 "시간 안배 등을 생각하고 있는데, 2차전에는 워낙 그럴 상황이 안돼 못 바꿔준 게 아쉽다"고 할 정도다. 결국 메시의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활용하는 게 앞으로 LG의 플레이오프 전략에 상당히 큰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메시와 김 감독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LG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