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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순항NC, 새삼느끼는 김경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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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가 2015시즌 시범경기에서도 순항중이다. 6승4무2패로 21일 현재 선두와 반게임 차 4위다. 선전했던 2013년(정규리그 7위), 놀라움의 2014년(1군합류 2년만에 정규리그 3위, 포스트시즌 진출), 막내를 벗어난 올해는 변수투성이. NC는 2015년을 매끄럽게 열어젖히고 있다. 그 중심에 '무서운 듯 무섭지 않은, 부드러운 듯 부드럽지만은 않은'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선수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산중 호랑이' 김경문 감독의 눈빛에 척척 손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베테랑 박명환(38)을 2군으로 보냈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박명환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았고, 시범경기에서도 지난 8일 KIA전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발합류 가능성을 키웠지만 NC는 찰리와 해커, 이재학, 손민한, 이태양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꾸렸다. 박명환에게는 2군에서 실전경험을 좀더 쌓을 것을 주문했다. 통산 102승을 거둔 투수가 통증없이 볼을 뿌릴 수 있고, 실전에서도 나쁘지 않다면 기용 욕심을 내볼 법 하지만 김 감독은 달랐다. 언젠가는 위기의 순간이 올 것이고, 그날에 대비해 비장의 카드를 조용히 품속에 넣었다. 내일을 대비하고 조바심내지 않는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나성범을 대하는 태도는 김 감독의 원리원칙을 가장 잘 보여준다. 나성범은 김 감독이 만든 작품이나 다름없다. 2011년 12월 김 감독은 구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성범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시키기로 했다"고 선언해 버렸다. 구단 고위층도 깜짝 놀랐다. 리그 합류를 앞두고 영입한 대형신인이었고, 팀의 최고 자산이었다. 당연히 왼손 에이스로 나성범을 영입한 터였다. 김 감독은 "지금으로선 5승10패에 그칠 왼손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타자라면 대성할 소질 있다"며 구단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감독을 믿고 흔쾌히 이를 수용한 구단 프런트도 오늘의 나성범을 만든 조력자다.

나성범은 지난해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01타점을 올린 차세대 거포로 성장했다. 타자 전향 초반에는 몰래 몰래 혼자서 피칭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믿고 따라오라고 했지만 자꾸 생기는 불안과 의심을 떨쳐낼 순 없었다. 스스로 확신이 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성범, 김 감독, 구단,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런 나성범에게 김 감독은 유독 차갑다. 나성범이 훈련중 오고가며 김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도 그냥 퉁명스럽게 '어' 이러고 만다. 불펜포수 등 무명선수들이 훈련중 인사를 하면 김 감독은 손을 내밀며 "어 그래, 수고많다. 수고많아"라며 엉덩이를 툭툭치며 격려하는 것과는 반대다. 나성범이 기특하지 않을 리 없지만 감독의 과다한 관심이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불편한 시선을 만들 수 있다면 팀으로선 덕이 될게 없다. 지금은 나성범이 서운할 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 뒤 김 감독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주면 된다. 그렇지 않다 해도 팀 전체를 품어야하는 사령탑의 원리원칙은 흔들려선 안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중이다. NC는 올해 외부 수혈없이 내부 성장만으로 2015년과 맞서고 있다. 제2의 나성범이 나온다면 FA효과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