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28)가 처음으로 이틀 연속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현지 취재진은 '강정호 찾기'에 열을 올렸다.
강정호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맥케크니 필드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초 3번-3루수로 나설 예정이던 강정호는 무슨 일인지 경기 전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3일 열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출전 명단에도 빠져있는 상태다.
피츠버그 입단 후 하루 걸러, 혹은 이틀 연속으로 시범경기에 나서던 강정호가 이틀 연속 결장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에 대해 큰 궁금증을 가졌다. 강정호가 경기 전 훈련에도 불참했다며 부산을 떨었다.
안 그래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부상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정호의 이유 없는 결장 소식은 화제를 모을 만도 하다. 피츠버그 스프링캠프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취재진에게 "부상은 아니다. 일반적인 훈련을 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강정호 보호'의 일환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21일 스프링캠프 종료 전까지 미디어와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선언했다. 자신을 향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된 모양새다. 최근의 타격 부진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정호는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강한 임팩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완연하다. 두 번째 경기에서 2루타로 연속안타를 기록했으나, 이후 3경기 연속 침묵했고, 13일 보스턴전에서 1안타를 친 뒤 다시 4경기 연속 무안타다.
시범경기 타율은 10경기서 1할3푼(23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주전 유격수인 조디 머서도 시범경기 초반 고전했으나,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10경기서 타율 2할9푼(31타수 9안타)을 기록중이다. 강정호가 결장한 2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을 기점으로 둘의 타율은 역전됐다.
지독학 부진에도 취재진과 만나야 하는 메이저리그 환경은 강정호에게 낯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한 행동 자체가 취재진에게는 색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정호는 이틀 연속 경기조에서 빠지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강정호의 부진 탓에 온 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구단과 허들 감독이 부담이 큰 강정호에게 잠시 시간을 줬다고 보는 게 맞다.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주포지션인 유격수를 비롯해, 3루수와 2루수까지 경험했다. 피츠버그로서는 '계획대로' 강정호를 내야 전포지션에 적응시키고 있다.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벤치에서 시즌을 맞이할 강정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개막 로스터 진입 역시 문제 없다. 피츠버그 지역지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은 전날 허들 감독이 강정호에 대해 "팀에 있을 선수다. 개막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며, 강정호가 25인 로스터에 포함돼 시즌을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틀 연속 결장이나, 1할3푼의 타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강정호의 부진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