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선수 데이본 제퍼슨(29)은 퇴출될 때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왜 KBL을 떠나야 하나, 그 이유를 알려달라." 제퍼슨은 항변했다. LG는 제퍼슨에게 이를 인지시키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제퍼슨은 지난 20일 퇴출됐다. '애국가 스트레칭'이 불러온 충격파는 엄청났다. LG구단은 4강 PO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도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다행히 2차전을 손에 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LG구단 관계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 여부를 떠나 오늘(2차전)만이라도 꼭 이겨줬으면 했다"고 했다.
퇴출발표 직전인 20일 오전 LG 김진 감독과 프런트 직원이 제퍼슨을 찾았다. 퇴출 결정을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제퍼슨은 퇴출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애국가 일 때문이냐. 사과하지 않았느냐. SNS는 내 개인적인 공간이다. 남들이 여기 들어와서 비난을 일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 프라이버시"라고 했다. 이에 LG프런트는 "애국가 스트레칭이 직접적인 이유가 맞다. 하지만 그전에도 여러가지 물의가 있었지 않느냐. 그때마다 구단이 용서해줬다. 이번 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돌이킬 수 없다는 말에 그제서야 제퍼슨은 "알겠다. 내가 떠나겠다"며 이천 숙소로 이동해 짐을 꾸렸다. 제퍼슨의 남은 연봉은 일할계산을 하게된다. LG 구단관계자는 "연봉은 제대로 계산해주기로 했다. 연봉은 6강플레이오프 이전까지가 계약기간이고 그 이후는 날짜별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해마다 외국인선수와 구단은 문화차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외국인선수들은 선후배 관계 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많이 달랐다. 숙소에 여자친구를 불러들이는 등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에서는 어떠한 터치도 받기를 거부해왔다. 외국과 다른 한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도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심판에 대한 어필 태도와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아들이는 자세 등은 경기중에도 늘 문제였다. 구단들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해 외국인선수에게는 좀더 유연한 잣대를 적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퍼슨같은 사건사고는 발생한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한 외국인선수 제도는 흐른 세월만큼이나 KBL문화의 일부가 됐다. 팬들도 외국인선수의 문화차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이번 제퍼슨 퇴출 공감대의 가장 큰 이유는 그 정도에 있다. 미국이라고 해서 프로선수가 자신의 SNS에 민감한 시기에 손가락욕을 하진 않는다. 더욱이 사과기자회견 직전이라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정직함은 예나 지금이나, 지구촌 어디서나 똑같이 중요한 가치다. 많은 이들은 '미국이었다면 제퍼슨이 과연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며 분개한다. 또 모든 외국인선수가 제퍼슨과 같은 사고방식이라면 외국인선수 제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자랜드 주장 포웰같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용병도 있다.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외국인선수들이 더 많다.
실시간으로 전세계가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문화차이는 사실 마음가짐과 인성 문제다. '이런 문화가 있는 줄 몰랐다'는 그걸 인지하는 순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첫 걸음이 된다. 뻔히 알고도 그랬다면 그 나라를 무시하고 깔봤기 때문이다. 요즘은 외국인선수가 처한 외로움과 낯선 어려움을 팬들이 더 잘 이해한다. 외국인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따뜻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선수들의 돌출행동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대응할수 있는 구단들의 적절한 메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