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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 전자랜드 괴력, 동부 어떻게 넘었나 [쿼터별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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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가 우여곡절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동부는 21일 원주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전자랜드를 82대74로 눌렀다.

전자랜드 조직력과 동부의 높이 싸움. 하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이 있었다. 팽팽한 기싸움으로 김주성과 윤호영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포웰은 테크니컬 파울로 인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팽팽한 신경전과 몸싸움 속에서 동부의 높이가 결국 전자랜드의 막판 맹추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동부의 우세라는 예상과 달리, 전자랜드의 선전은 예상 그 이상이다. 3차전 더욱 치열한 접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3차전은 23일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1쿼터=탐색전, 손익계산서

동부에게는 숙제가 많은 1쿼터. 1차전에서 패한 동부는 1쿼터에 분위기를 내줄 경우 자칫 시리즈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 경기 전 동부 김영만 감독은 "기세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하고, 핵심 선수들(김주성, 사이먼)의 체력조절도 필요하다"고 했다. 고민이 매우 많은 모습.

반면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동부 스타팅에 허 웅과 두경민이 포함되자, "정병국이 잘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유 감독은 레더와 박성진을 스타팅 멤버에 기용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선수. 특히 유 감독은 박성진에 대해 "능력은 출중한 선수다. 6강이 끝난 뒤 흐트러진 모습이 있었다. 박성진이 솔직하게 '약간 정신을 놓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2차전부터는 잘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유 감독은 "포웰에게 주장으로 더욱 더 레더나 모든 선수를 독려하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초반부터 팽팽한 수비전이 이어졌다. 사이먼이 묵직한 4득점을 올리자, 전자랜드는 화려한 패스게임으로 레더의 연속 골밑슛으로 균형을 맞췄다. 1쿼터 3분37초를 남기고 윤호영이 움직였다. 3점슛을 터뜨렸던 김지완이 또 다시 3점슛 시도를 하자, 블록을 한 뒤 U1 파울(속공 상황에서 파울. 보너스 자유투 1개가 주어진다)을 얻었다. 곧바로 3점포까지 터뜨렸다. 허 웅이 공격에 힘을 보탰다. 속공 상황에서 강렬한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고,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전자랜드 수비에 혼란을 줬다. 결국 19-14, 동부의 5점 차 리드. 0.3초를 남기고 사이먼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도중 파울을 범해, 정영삼에게 자유투 2개를 내줬다. 동부 벤치는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비디오 판독으로 실시한 심판진의 판단은 사이먼의 파울이었다. 폭발 직전의 탐색전. 하지만 경기초반 불안함을 극복한 동부에게 플러스 요인이 많았던 1쿼터.

▶2쿼터=박병우의 3점포

전자랜드가 반격하기 시작했다. 김지완의 2득점과 포웰의 3점포가 터졌다. 22-21, 역전. 동부는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주성과 윤호영이라는 단단한 핵심을 가진 동부는 침착했다. 윤호영이 골밑돌파로 곧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동부가 1차전에서 고전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곽포가 제대로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전감각의 부족과 함께, 전자랜드의 강한 압박이 있었다.

결국 동부가 전자랜드를 누르기 위해서는 외곽포의 지원이 꼭 필요한 4강 시리즈. 박병우가 그 역할을 했다. 곧바로 3점포를 터뜨렸다. 윤호영과 김주성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4분28초를 남기고 38-29, 9점 차로 벌어졌다.

3분10초를 남기고 박병우의 3점포, 그리고 40.5초를 남기고 윤호영마저 터졌다. 동부 3점의 각성은 박병우에서 시작됐다.

전자랜드의 외곽 수비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측면도 있다. 물론 동부의 내외곽을 동시에 맡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순간적인 몸싸움이 약해지면서, 동부는 내외곽의 패스 연결이 원활해졌다. 결국 동부의 정제된 슛 셀렉션과 맞물리면서 무더기 3점포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포웰은 수비자 반칙을 저지른 뒤, 넘어진 김주성의 발을 걷어차며 U2파울(언스포츠라이크맨 파울)을 받기도 했다. 결국 47-34, 13점 차로 리드한 동부.

▶3쿼터=일촉즉발 신경전

정영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윤호영이 쓸데없는 판정항의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40-49, 9점 차까지 전자랜드가 추격했다. 상승세를 타려는 순간, 김주성이 노련하게 흐름을 끊었다. 2득점에 성공했고, 허 웅이 속공 3점포를 꽂아 넣었다.

김주성은 필사적이었다. 3분14초를 남기고 김주성의 골밑 공격이 실패, 포웰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 밑에는 김주성이 쓰러져 있었는데, 포웰은 걸려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김주성은 발을 피했고, 포웰은 김주성에게 패스했다. 엔드라인에 몸이 걸쳐있던 김주성에게 던져, 공격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김주성은 상체를 일으켜 패스를 받아냈고, 외곽으로 패스했다. 결국 다시 김주성의 골밑 슛으로 연결됐다.

동부는 15점 차의 리드를 계속 유지했다. 김종범의 3점포와 리차드슨의 강렬한 5연속 득점이 있었다. 전자랜드는 3쿼터에도 반격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4쿼터=강렬했던 전자랜드 마지막 저항

치열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김주성이 수비자 파울을 지적당하자, 교체되면서 심판진에게 "똑바로 보라고"라고 얘기했다.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 하지만 교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개인 파울이 아니라 벤치 파출이 됐다.

7분14초를 남기고 심판진의 파울 지적에 강민호 심판에게 항의하던 포웰은 테크니컬 파울, 5반칙 퇴장이 됐다.(포웰이 4반칙이었고, 테크니컬 파울은 개인 반칙에 들어간다) 이때 코트에 투척물이 날아오면서, 전자랜드 벤치에서 다시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포웰이 퇴장당하면서 전자랜드의 추격전은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전자랜드는 무서운 응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병국의 3점포가 터졌고, 가로채기에 의한 정효근의 득점이 나왔다. 동부는 기본적인 포스트 공격을 통해 안정감을 찾으려 했지만, 전자랜드는 끊임없는 풀 코트 프레스로 실책을 유도했다. 경기종료 2분여를 남기고 72-77, 5점차까지 전자랜드는 추격했다. 강력한 앞선 압박에 동부 허 웅의 실책과 24초 공격제한시간을 넘겼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레더의 잇단 돌파가 동부의 높이에 막혔다. 결국 여기에서 추격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졌다.

4강 시리즈 직전 대부분의 예상은 동부의 절대 우세였다. 전자랜드가 6강 시리즈에서 SK를 3전 전승으로 누르고 왔지만, 동부의 조직력과 최고 수준의 높이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 전자랜드는 고비마다, 동부의 높이를 넘지 못하고 2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힘은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상식에서 벗어난 엄청난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번 4강 시리즈는 전망이 쉽지 않다.

또 하나, 전자랜드는 끝까지 총력전을 펼쳤다. 동부는 2차전에서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조금씩 누적되는 체력 부담이 3차전부터 본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전자랜드의 마지막 저항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