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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의 골 침묵'지동원 '슈틸리케호'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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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지난 17일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 슈틸리케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최연소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며, '대한민국 스트라이커'의 미래로 뜨겁게 주목받아온 지동원은 최근 최악의 슬럼프에 시달렸다. 슈틸리케호는 27일 우즈베키스탄, 31일 뉴질랜드와 각각 대전, 서울에서 맞붙는다. 익숙한 선후배들과 오랜만에 손발을 맞추는 A매치가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14개월의 골 침묵, 또다시 기회가 왔다

지동원에게 이번 슈틸리케호 소집은 부진을 털고 '골잡이의 자격'을 증명할 기회다. 지난 겨울 도르트문트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이적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내내 제대로 뛰지 못했다. 지난해 말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다. 모처럼의 귀국, 연말 휴가 때도 쉬거나 놀지 않았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괌에서 나홀로 비밀특훈을 실시했다.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후반기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지동원을 믿고 썼다. 8경기(6선발)에서 451분을 뛰었지만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다. 지동원의 마지막 골은 14개월 전이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인 지난해 1월 25일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기록한 짜릿한 동점골을 끝으로 굶주렸다. 대표팀에선 '홍명보호'의 2012년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기록한 선제골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최근 부진에도 지동원의 잠재력에 대한 지도자들의 믿음은 확고하다. 바인지를 감독은 최근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동원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공격수가 경기력을 회복하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지동원을 택했다.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다. 특히 도르트문트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뒤 최근 7경기 중 6경기에 선발로 뛰었다. 이번 평가전에서 기량을 직접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추자도의 아들들' 함께 뛴다

'판검사가 되기보다 축구 국가대표 되기가 훨씬 어렵다'고들 한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로 전국 23등 안에 들어야 태극마크를 단다. 인구 3000명 남짓한 제주도 최북단 작은섬 추자도에서 축구 국가대표 2명이 동시에 탄생했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추자면 대서리' 출신의 지동원과 '추자면 신양리' 출신의 이정협(24·상주상무), 1991년생 양띠 동갑내기가 슈틸리케 감독이 낙점한 2명의 공격수 자리를 채웠다.

지동원은 전형적인 엘리트 선수다. 제주 오현중-광양제철고 시절부터 전남드래곤즈 입단까지 줄곧 '동급 최강'이었다. 전남 유스 시절인 2009년 고교 챌린지리그에선 14경기에서 무려 17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은 깜짝스타다. 덕천중-동래고를 거친 부산 유스다. 그러나 두 선수는 '추자도'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1m85-75㎏, 1m87-76㎏ 등 신체조건, 데뷔전-데뷔골을 기록했고, '평행이론'처럼 4년 터울 아시안컵이 키워낸 스타다. 지동원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10년 12월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에 첫 발탁돼, 그해 12월30일 첫 A매치인 시리아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을 터뜨리며 능력을 입증했고, 2011년 5월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홍명보호의 핵심 공격수로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고,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꿈도 이뤘다.

4년 후 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추자도 친구' 이정협의 무대였다. 4년전 지동원의 길을 그대로 갔다. 2014년 제주 전지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깜짝 발탁됐다. 아시안컵 직전인 지난 1월4일 사우디와의 A매치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세간의 우려를 보란듯이 불식시키며 아시안컵 실전에서도 2골을 터뜨렸다. 자신을 발굴한 슈틸리케의 안목을 골로 입증해 보였다.

이정협은 지동원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혈연관계는 아니다. 동원이와 친구다. 아버지 고향이 추자도이고, 동원이집과 가까워서 추자도 갈 때 동원이어머니도 만났다"고 답했다. "동원이는 중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다녔고, 나는 초중고교를 부산에서 다녀서 학창 시절 자주 만나진 못했다. 고등학교 때 챌린지리그에서 동원이를 만났다"고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엇갈렸던 '추자도 라인'이 운명처럼 재회한다. 고향의 자존심을 건, '추자도 아들'들의 경쟁과 공존에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