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데이본 제퍼슨의 돌출행동. 애국가가 나오는 경기 직전, 그는 빨간색 이어폰을 낀 채 스트레칭을 했다.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KBL 규정에 '애국가가 나올 때 선수들은 도열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제퍼슨의 행동은 단지 규정을 어긴 차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애국가가 나올 때 한국인들과 같은 수준의 존경을 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존중'은 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행동은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나가면 양국의 국가가 울린다. 상대팀 국가가 울릴 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때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연습을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매너가 아니다. '모독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제퍼슨이 그랬다. 1997년 프로출범 이후 이런 경우가 없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KBL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당연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LG 측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입장표명을 했다. 그는 왜 그런 돌출행동을 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배경은 있다. 한국에서 마지막 해이다. KBL의 바뀐 외국인 선수 규정 때문에 내년 제퍼슨은 LG와 재계약을 할 수 없다. 다시 드래프트장에 나와야 하지만, 제퍼슨이 KBL 리그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시즌부터 애매한 판정 때문에 많은 불만을 드러냈던 제퍼슨이다. 올 시즌 판정 항의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게다가 정규리그 팀 동료들에게도 코트 안에서 계속적인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제퍼슨의 독불장군식 행동에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인내'를 택했다. 현실적으로 플레이오프가 코 앞에 있는 상황에서 전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제퍼슨을 제외할 순 없었다. 계속적인 팀 미팅을 했지만, 제퍼슨은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올 시즌을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6강전 뿐만 아니라 모비스와의 4강 1차전에서도 골밑공격을 한 뒤 매번 반칙을 불어주지 않는다고 심판진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오리온스와의 6강전에서 트로이 길렌워터와의 매치업에서 완전히 밀린데다, 어깨부상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퍼슨은 더욱 예민해졌다. 결국 자신의 경기력이나 팀 조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돌출행동이 나왔다. 어떤 이유에서든 제퍼슨의 이런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KBL 이성훈 경기이사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플레이오프 4강전의 특수성이 있다. KBL 내부적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려야 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스럽다. 일단 임원회를 통해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제퍼슨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LG 측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인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예상을 넘어선 돌출행동이 나왔다. 모비스와 LG의 4강전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