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이냐, 외곽이냐?'
KB스타즈가 15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4대51로 승리, 선수를 쳤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프전에 오를 확률이 84.62%나 되니 KB로선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과 두 시즌 맞붙어 5경기를 치렀지만 모두 패했는데, 연패 행진을 끊어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소득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겨 15% 조금 넘는 가능성을 실현시켜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두 팀은 1차전에서 서로의 약점을 노출했다. KB는 우려대로 높이에서 밀렸고, 반대로 신한은행은 외곽포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다만 KB는 2-3 지역방어의 변형인 1-1-3라는 변형된 수비를 준비해오며 이를 보완하려 했지만 신한은행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5승2패로 상당히 앞섰던 것만 믿고 별다른 대비책 없이 나섰다가 일격을 당했다.
KB는 이 수비가 나름 통하자 많은 시간동안 이를 활용했다. 가장 앞선에서 젊고 움직임이 빠른 홍아란이 신한은행 가드진의 드리블을 최대한 저지한 다음 바로 뒷선에서 변연하가 버티고 이어 정미란과 강아정이 양 사이드를 막는 방법이다. 스트릭렌이나 비키 바흐 등 외국인 선수는 가능하면 골대 밑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수비 리바운드를 따낸 것이 이 수비의 핵심이다. KB 서동철 감독은 1차전 이후 "완벽하게 작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효과적이었다. 2차전에서도 좀 더 보완해 이를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이 수비를 깨기 위해선 올 시즌 내내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크리스마스의 개인기에 의한 돌파, 그리고 외곽포가 살아나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1차전에서 평소와 달리 돌파에 이은 쉬운 레이업슛을 자주 놓쳤다. 또 김단비와 크리스마스만 3점포를 성공시켰을 뿐 최윤아나 김연주, 김규희 등은 외곽에서 침묵하며 이 수비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KDB생명에서 신정자를 영입하면서 높이는 확실히 보강했지만 대신 슈터 조은주를 내준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2차전에서 이 수비를 깨기 위해 외곽슈터를 더 많이 기용해야 할 것 같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크고작은 부상으로 인해 동료들과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채 올 시즌 주로 실전 경기에만 나서고 있는 최윤아와 하은주 등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 있다.
KB도 경기 내내 골밑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KB의 2점슛 시도횟수가 단 21개에 그치며 신한은행의 41개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이유다. 3쿼터에선 7분 가까이 골밑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변연하가 터뜨린 3연속 3점포가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열린 양팀의 시즌 6번째 맞대결에서 KB가 무려 27개의 3점슛을 시도했지만 단 1개의 성공에 그칠 정도로 외곽포는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골밑 2점포가 없다면 경기를 어렵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 결국 KB로서는 비키 바흐의 높이를 활용하고, 홍아란과 김보미 등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의 빠른 골밑 돌파가 더욱 절실하다.
짧은 시간 안에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할 수는 없다. 결국 이를 최소화시키고 장점을 최대화 하는 팀이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의 맞상대로 결정될 것이다. 이는 정규시즌에서는 보기 힘든 단기전만의 매력이기도 하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