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3만 관중 시대'가 열렸다.
박주영(30)이 돌아온 K리그가 일찌감치 후끈 달아올랐다. FC서울과 '절대 1강' 전북이 혈전을 펼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만2516명이 몰렸다. 서울은 홈팬들을 위해 원정 서포터스석 일부와 폐쇄된 N석 상단도 개방했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은 '박주영의 힘'이었다. 경기 시작전부터 이곳저곳에서 박주영의 이름 석자가 들렸다. 사인회에는 250명을 엄선했지만 그 이상의 팬들이 몰려와 길게 줄을 늘어섰다. 박주영은 성심성의껏 눈을 맞추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하이라이트는 하프타임이었다. 박주영이 등장하자 서울 서포터스석에는 'Our Hero's back(우리의 영웅이 돌아왔다)', '집나가서 고생이 많았다. 이젠 형들이 지킬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전북의 일부 서포터스가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박주영"을 연호하는 목소리에 묻혔다.
서울 팬들은 '박주영 향수'가 있다. 박주영은 2005년 서울에 입단, 프로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첫 해 30경기에 출전, 18골-4도움을 기록하며 홈과 원정에서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2008년 8월 유럽 진출에 성공한 그는 7년 만에 친정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박주영입니다. 오랜만에 상암에 왔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환영해 줘서 감사합니다. 선수로서 운동장에서 성숙한 모습, 좋은 모습으로 돌려주겠습니다." 팬들은 그의 말에 다시 한번 "박주영"을 합창했다.
K리그도 고무됐다. 그의 컴백이 화두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복귀한 토레스(31)도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 박주영이 경기에 계속 출전하다 보면 경기력과 경기감각, 체력 등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주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친정팀의 힘이다. 어느 시점에 가면 분명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했다.
14일 수원-인천전에서도 박주영이 등장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아픔이 컸을 것이다. 여러 팀에서 많이 뛰지 못했고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결단을 내렸고,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이제 짐을 덜어낸 만큼 기량을 충분히 펼칠 것이다. 나이가 많다면 부활에 대해 반신반의하겠지만 아직 어리다. 박주영은 최고의 공격수다. 분명히 올라설 것이다.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적응에 달렸지만 박주영도 득점왕 후보에 새롭게 넣어야 하지 않나"라며 반문한 후 "4월 12일 경인더비에서 나올 것 같은데 박주영의 등록이 늦어졌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15일 포항전에서 올시즌 마수걸이골을 신고한 김신욱(27·울산)도 반갑게 선배를 맞았다. "주영이 형은 나의 롤모델이다. 같은 K리그에서 형과 플레이를 하는 것은 꿈이었다. 형이 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도 환영해 줄 수 있다"며 웃었다.
박주영은 다음달 4일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2연패의 늪에 빠진 최용수 서울 감독도 '박주영 효과'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그는 "팀 속에 박주영이 들어와 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좋은 컨디션을 보이면 분명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영의 컴백으로 K리그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연쇄 청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5일 포항-울산전이 열린 포항스틸야드에는 1만7500석의 입장권이 모두 팔려 매진을 기록했다. 1만9227명이 입장했다. 관중석 꼭대기 난간에 서서 보는 사람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포항스틸야드가 마지막으로 매진을 기록한 것은 2011년 11월 26일 울산과의 K리그 플레이오프였다. 이날 대전-광주전에선 1만1857명, 제주-부산전에선 1만504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에 봄이 일찍 찾아왔다. 박주영의 복귀는 새로운 도화선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