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5일이었다.
포항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FC서울 선수들이 경기도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주전-비주전조로 나뉘어 자체 청백전을 벌였다. 비주전 조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새 둥지를 찾지 못한 박주영(30)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빈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은 여전했고,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도 문제 없었다.
박주영이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서울은 10일 박주영의 재영입을 발표했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8년 8월 품을 떠났다. 프랑스 리그 AS모나코로 이적했다. 돌고, 돌아 친정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비사(秘史)가 있다. 박주영의 재영입은 1년 간의 줄다리기 끝에 맺은 열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삼고초려'로 박주영의 마음을 돌렸다. 최 감독이 박주영의 재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박주영은 셀타비고(스페인)에서의 임대 생활을 마치고 2013~2014시즌 아스널(잉글랜드)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스널에서 박주영이 뛸 자리는 없었다. 리그컵 1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최 감독은 2013시즌을 끝으로 데얀이 이적하면서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박주영을 위해서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K리그에서 다시 활약하면서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이 박주영은 물론 A대표팀, 서울 모두 '윈-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주영의 유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왓포드(잉글랜드 2부 리그) 임대를 선택했다.
두 번째 러브콜은 브라질월드컵 후 이루어졌다. 박주영은 지난해 6월 아스널과 계약이 종료됐다. 새 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은 공격수 수혈에 애를 먹었다. 데얀의 대체 자원으로 하파엘을 영입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 브레이크 기간 중 고국인 브라질로 돌려보냈다.
당시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후 두 달 가까이 서울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러나 그는 월드컵 기간 중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부담스러워했다. 최 감독에게 국내 복귀는 시기상조라며 해외에서 더 뛰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또 다시 무산됐다. 박주영은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박주영이 지난달 알 샤밥과 결별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서울도 박주영의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뀌었다. 에스쿠데로의 이적(중국 장쑤)과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이 벽에 부딪혔다. 해결사의 부재가 최고 난제였다. 최 감독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박주영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K리그 복귀가 성사됐다.
최 감독은 박주영의 방황을 늘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주영이 잘못된 선택으로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 스스로 존재감이 위축됐다. 그래도 그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의 한 명이다. 국내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줬다"며 "꺼져가는 젊은 친구의 열정을 되살려 주고 싶었다. 자심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주영과 통화하면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봤다. 박주영은 명예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팬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박주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계획이다. 때론 원톱, 때론 정조국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해 골결정력을 극대화 한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은 "그동안 개인훈련을 했지만 팀 훈련을 하지 못해 감각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기동력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지만 골 감각이 워낙 뛰어난 선수라서 금세 경기 감각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영이 복귀하면서 올 시즌 K리그 판도 또한 새롭게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축구인생 제2도약의 기회로 삼고,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은 강력한 공격 옵션을 얻었고, 박주영은 명예회복의 기회다. 최 감독은 박주영을 영입하며 비로소 '서울의 봄'을 꿈꾸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