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해, 진정해."
7일 광주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은 치른 김도훈 감독이 선제골을 터뜨린 김도혁에게 외친 말이다.
김도혁은 이날 전반 13분 올 시즌 1호골을 넣은 뒤 벤치쪽을 달려와 김 감독을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홈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신임 감독에게 인상적인 선물을 안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김 감독은 김도혁의 세리머니를 받아주자마자 냉정을 찾았다. "진정해. 흥분하지 말고."
인천 선수들은 김 감독의 이 충고를 깊이 새겼어야 했다. 인천은 선제골이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전반 32분 김대충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광주 정호정의 슈팅을 막아낸다고 갖다댄 오른발이 오히려 인천 골키퍼 유 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전반이 끝난 뒤 김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다시 "흥분하지 말자"는 얘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의 그 당부도 끝까지 통하지 않았다. 인저리타임이던 후반 46분 용병 케빈의 슈팅이 광주 수비수 정준연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팽팽한 균형을 깼다.
홈 개막전 승리를 눈 앞에 둔 홈 관중의 함성이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한 것까지는 좋았다.
한데 인천 선수들마저 흥분을 빨리 가라앉히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불과 1분여 만에 동점골을 내줄 때 특히 그랬다.
광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격에 나선 것도 좋았지만 인천 수비라인도 재빨리 정렬하지 못했다.
인천 문전 혼전 상황을 틈타 광주 이종민이 슈팅을 날릴 때 인천 수비수들이 횡으로 늘어서 있었지만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동점골이 터지자마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으니 더욱 땅을 칠 만했다.
결국 인천 선수들에겐 올 시즌 초반 화두로 '흥분하지 말자'가 대두됐다.
다른 팀에 비해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은 인천 구단으로서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경험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끝까지 뛰는 점에서는 광주를 배울 필요가 있는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 시즌 첫 경기에서 기본적이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이번 광주전이 더 의미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