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7)가 4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는 8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잡아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나흘 동안 보기는 단 한개도 없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마지막날 챔피언조는 막강했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3위인 스테이시 루이시(미국)와 맞붙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박인비가 끝내 웃었다. 리디아 고는 13언더파 275타로 준우승에 머물렀고, 루이스는 11언더파 277타로 3위를 차지했다.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한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13승을 기록하며 우승 상금 21만 달러(약 2억3000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우승의 맛을 봤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다섯 차례 열린 대회 중 4개의 우승컵을 가져가며 맹위를 떨쳤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의 호주여자오픈 우승까지 포함하면 한국계 선수가 5개 대회 우승컵을 싹쓸이했다.
2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가 6번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리디아 고는 2개의 버디를 낚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박인비는 7번홀(파5)에서 4라운드 첫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로 다시 치고 나가며 전반을 마쳤다.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던 박인비는 11번홀(파4)에서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리디아 고와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마음이 다급해진 동반 플레이어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디아 고는 12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3퍼트를 하는 바람에 1타를 잃었고 13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박인비와의 격차는 4타로 벌어졌다. 리디아 고가 15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1타씩을 줄여 2타차로 좁혀왔지만 박인비는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막아 여유있게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