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급 선수 한 명이 가세했다고 해서 당장 우승전력이 될 수는 없겠지만, 팀 분위기는 바꿔놓을 수 있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떠났던 윤석민(29)이 복귀했다. 윤석민은 4년 간 9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2억5000만원),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 금액에 계약한 직후인 6일 입국했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간 575만달러,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1300만달러에 계약한 윤석민은 한 번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제외돼 7일(한국시각) 마이너리그 캠프 입소가 예정돼 있었다. 결국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인 노포크 타이즈 소속으로 4승8패-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7일 메디컬 체크를 마친 윤석민은 전남 함평 2군 훈련장에서 컨디션 조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8일 하루 휴식 후 곧장 1군 선수단에 합류하는 걸로 결정났다. KIA 코칭스티프가 윤석민의 빠른 적응에 1군 합류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시범경기 시작 시점에 돌아온 윤석민은 KIA 전력을 어느 정도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까.
윤석민의 가세로 KIA가 '5강 전력'이 됐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소 성급한 예상처럼 보인다. 그가 마운드를 지킨 2012년, 2013년에도 KIA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윤석민이 부상없이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 두터운 선수층 유지, 주축 선수들의 부상없는 꾸준한 활약이 뒤따라야 한다.
'신생팀'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KIA를 '3약'으로 분류하는 이들이 많은데, 윤석민의 가세가 이런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역할이 결정돼지 않았지만 어느 보직에서든지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상이 없고, 메이저리그로 건너가기 전 구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선발진에 가세한다면, 지난해 16승을 거둔 양현종과 함께 국내 선수 최강 '원투펀치' 구성이 가능하다.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 조쉬 시틴슨까지 1~4선발에 임기준 김진우 등 5선발 후보까지 막강 선발진을 구축한다.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생해 온 KIA가 마운드의 힘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석민 효과'는 마운드 전체로 이어진다. 선발 후보로 테스트를 받았던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려 허리를 강화할 수 있다. KIA는 최근 2년 간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올렸지만 실패했다. 외국인 마무리 실험까지 할 정도로 어려웠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마무리 윤석민' 카드를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 말에 뒷문을 지켰던 심동섭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에 열린 연습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했다. 확실하게 믿음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윤석민이 마무리로 가면 심동섭을 다른 보직에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진출 첫해에 실패를 맛본 윤석민은 지난해 11월 KIA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데 이어 1월 중순에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몸을 만들었다. 이미 7차례 불펜피칭을 했다고 한다. 착실하게 준비를 마친 몸으로 타이거즈에 합류한다. 시즌 초부터 바로 가동할 수 있다.
2005년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2013년까지 303경기에 등판해 73승59패12홀드44세이브,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윤석민은 2005년 데뷔 시즌부터 달았고,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사용했던 등번호 20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윤석민은 "데뷔 당시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민을 바라보는 타이거즈팬들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