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스피드업 규정이 강화되면서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다.
박한이는 타격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로 유명하다. 그만의 루틴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양쪽 배팅 글러브를 풀었다가 조이기를 한 뒤 겅충겅충 제자리 뛰기도 하고 헬멧을 고쳐 쓴 뒤 방망이로 홈플레이트를 한번 긋고 한번 휘둘러야 타격 자세를 취한다. 길게는 30초나 걸리기도 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나 중요한 카운트가 될 때 타석을 벗어나 이러한 행동을 계속해왔다.
올시즌부터는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크를 하나 먹게 규정이 바뀌었다. 타석에 들어설 때 BGM이 10초로 제한
7일 시작된 시범경기서 한화-LG전에서는 타석을 벗어나는 바람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돼 삼진 아웃을 당한 사례가 두차례나 나오는 등 선수들이 새 규정에 아직 숙지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나 코칭스태프에 따라 이런 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한이는 그 규정에 충실히 자신을 적응시키고 있다. 7일 포항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서 박한이는 단 한차례도 규정을 어기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받지 않았다.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도 짧았고, 타격 중에도 타석을 한번도 벗어나지 않은채 빠른 준비로 타격 자세를 취했다.
타격전 준비도 간결하게 줄였다. 장갑을 고쳐 쓰는 동작도 간단하게 만들었고, 뛰는 동작은 생략했다. 예전과 다른 준비 동작을 했음에도 박한이는 이날 4타수 2안타를 치며 좋은 타격을 보였다. 오키나와 캠프 때 연습경기를 할 때도 이 규정을 생각하면서 준비를 해왔던 것.
스스로 아직 완벽하게 적응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두번째나 세번째로 나갈 때는 괜찮은데 선두타자로 나갈 땐 좀 어렵다"라고 했다. 공수교대 뒤 곧바로 타석에 들어서야하는 상황에서 10초내에 타석에 들어서야한다는 생각에 서두르게 된다는 게 박한이의 설명. "사실 예전보다 여유가 없어졌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때부터 준비를 했는데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박한이는 "말로 설명하긴 힘든데 좀 이상하고 뭐랄까 서두르게 된다. 여유가 없다보니 타격도 잘 안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안일한 생각으로 예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선수들이 어이없는 스트라이크를 당한 반면 박한이는 철저한 준비로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