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세균과의 전쟁의 역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균이 이 지구상에 존재한 것은 약 40억년전이고 우리 인류는 약 300만년에서 500만년에 나타났다고 하니 인류 역사는 세균 역사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몸 안 에는 100조개에 이르는 세균이 있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가 70억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지구상의 인구의 수 만 배에 이르는 세균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관련 있는 치과 분야인 구강 안에도 600종에 이르는 종류의 세균이 있고 그 수도 지구상의 인구수에 맞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와 종류의 세균은 인간과 하나의 상생 관계를 가지면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하나의 구강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원인과 유해한 세균에 의해서 잘 유지되던 구강 생태계가 깨지면서 병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구강 안에서 주로 세균에 의해서 일어나는 하나의 질환은 치아 우식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치주 질환이다
이러한 유해한 세균 중에서, 치주 질환과 함께 치아를 상실하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인 치아 우식증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 범인은 바로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Streptococcus mutans)다.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는 1924년 처음 발견됐지만 이 세균이 충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 균은 몇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면서 다른 세균과 경쟁을 하는데 산성화되는 환경일수록 다른 세균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특징에 의해서 단단한 치아 속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는 특징을 갖게 된다.
둘째, 당을 분해해서 젖산(lactic acid)을 만들어내는데 이 젖산은 치아의 법랑질을 공격해서 파괴해 들어가면서 점점 더 산성의 환경을 만들어 더욱더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세균은 젖산이 치아의 법랑질을 공격해서 구멍이 생기게 되면 좀 더 빠른 속도로 상아질을 침투해 들어가게 된다.
셋째, 설탕을 분해해서 다당류를 만들어는데 이것이 세균이 사는 유해한 생태계의 역할을 하는 플라그(치태·dental biofilm)이다. 플라그는 외부의 공격에 저항하면서 치아를 파괴해가는 전진 기지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플라그가 많아지면 구강 생태계는 점점 더 교란되면서 치아 우식증이 생기기 쉬운 상태로 들어간다.
네 번째 특징은 치아와 아주 잘 달라붙는 수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에 의해 이 세균은 치아의 씹는 면의 고랑과 갈라진 틈에 유독 잘 번식하고 살아남는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적출된 심장 판막에서 이 세균이 치아의 치태에서 발견되는 것에 견줄 만큼 많은 세균이 발견돼 심장 질환의 진행에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섯째, 치아가 맹출(eruption) 되어야만 생기는 세균이지만 치아가 나기 전의 아기들에서도 발견된다. 어머니로부터 수직적 감염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치아가 나기 전의 아기에 있어서 어머니로부터의 감염에 주의가 필요하다.
위의 특징으로 인해 치아라고 하는 매우 단단한 돌덩어리 같은 기관을 파고들어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충치균에 대한 백신(vaccine)을 만들려는 노력은 실패해 왔지만 최근 미국 예일대와 칠레대 공동연구에서 'KEEP 32'라는 물질이 개발돼 앞으로 충치 치료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되고 있는데 상품화되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임상 실험과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에 대한 예방으로서 생활 속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식후의 치솔질 뿐만 아니라 치실, 치간 칫솔 등의 적절한 사용을 생활화한다.
▲클로르헥시딘 소독을 필요로 될 때 적절히 한다.
▲음식물 섭취를 통해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를 잘 방어하고 예방할 있는 습관을 만들어 간다. 가령 물·녹차·보리차 마시기, 사과·당근·샐러리 먹기, 강황의 노란색소(카레 만들 때 사용)를 섭취하기, 신선한 우유와 치즈 한 조각 먹기, 신선한 양파 먹기 등과 같은 음식물 섭취 습관을 갖는다. 글·이호정 서울순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