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루이스 판 할 감독과 라이언 긱스 수석코치 간의 불화설이 수면에 떠올랐다.
맨유는 지난 5일(이하 한국 시각)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44분 터진 애슐리 영의 결승골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뉴캐슬)에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내 뉴캐슬의 견고한 수비와 역습에 고전하던 맨유는 상대 골키퍼 팀 크룰의 결정적인 실수를 영이 골로 연결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날 득점 순간 판 할 감독과 긱스 코치의 미묘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영의 결승골에 환호하던 판 할 감독은 돌연 긱스 코치에게 다가가 얼굴에 대고 폭발적인 함성을 내지르는가 하면, 주먹으로 볼을 툭툭 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반면 긱스는 극적인 결승골에도 그리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판 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긱스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긱스와 나의 사이는 무척 좋지 않다(we have a very bad relationship)"라며 비꼬듯 답했다.
이어 판 할 감독은 "무척 성가신 질문이다. 그간 모두는 나와 긱스가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지, 함께 열심히 일해왔는지 알 것"이라며 "이건 비단 긱스뿐 아니라 다른 스태프,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했다. "미디어가 떠드는 것중 90%는 실제로는 별 문제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판 할 감독은 평소와 달리 정장으로 갈아입지 않고 점퍼 차림 그대로 기자회견에 임했다'라며 경기 후 드레싱룸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보다 강렬한 의견을 내세운 것은 긱스의 오랜 동료이자 맨유의 레전드인 폴 스콜스였다. 축구해설가로 활동중인 스콜스는 이날 BT스포츠에서 "이미 긱스는 지난해 3주 동안 감독을 경험했다. 그가 맨유 감독 자리를 원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며 "앞으로 긱스가 수석코치로서 2-3년 더 기다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평했다.
올시즌 판 할 감독은 맨유 레전드 및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유지해왔다. 반면 긱스와 스콜스는 '퍼거슨식 공격 축구'의 신봉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말 데이비드 모예스 전 감독이 경질되자 감독 대행과 코치로 함께 맨유를 이끌었다.
판 할 감독과 긱스의 충돌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긱스가 지난 시즌말 추구했던 소위 '맨유 스타일'과 현재 판 할의 운영이 현저하게 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감독 대행 시절 긱스는 '맨유의 길은 공격 축구'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영국 언론 미러는 "판 할이 맨유와의 계약을 2년 추가 연장하길 원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판 할 감독이 최근 맨유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과의 만남에서 2020년까지 팀을 이끌 뜻을 밝혔다는 것. 구단주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는 오는 10일 아스널과 잉글랜드 FA컵 8강전을 치른다. 맨유로선 아스널 전 승리로 이 같은 뒷소문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