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감독들은 센스도 대단했다.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이색 질문을 하나 받았다. 7일과 8일 열리는 K리그 1라운드 경기 각오를 '10자 이내'로 해달라는 질문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부터 시작했다. 바로 튀어나왔다. 최 감독은 "파란색 징크스는 없다"고 말했다. 1라운드 상대 울산의 주된 유니폼 색이 파란색이다. 일격을 얻어맞은 윤정환 울산 감독은 얼떨떨해했다. 그러더니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전북과 맞붙는 김학범 성남 감독은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개막전은 우리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꼭 승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더욱 세게 나왔다. 최 감독은 김 감독을 향해 "도발하지 말고 머리부터 심고 와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사회자로 나선 이광용 KBS아나운서는 "10자가 넘는다"고 했다. 최강희 감독은 "도발 No! 가발 이식"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인천에서 광주와 맞붙는 김도훈 인천 감독은 "늑대축구 무등산을 오르다"고 했다. 늑대축구는 인천이 올 시즌 주창하는 축구다. 무등산은 광주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남기일 광주 감독은 "개막전 무패행진"이라 답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엉뚱함으로 승부했다. '10자 이내'라는 규칙을 무시했다. 윤성효 감독은 "개막전 한번도 못 이겼는데 이번에는 꼭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고 했다. 규칙 위반을 지적하자 "그냥 뭐..."라며 얼버무렸다. 부산과 맞붙는 조진호 대전 감독은 "죽기 살기로 뛰겠다"라고 대응했다.
전남을 이끌고 있는 노상래 감독은 제주와의 홈경기에 대해 "캐논 축구로 제주를"이라 했다. 이에 대해 조성환 제주 감독의 대응이 멋졌다. 조성환 감독은 "내 본심이 아니라"고 슬쩍 말을 흘렸다. 그러더니 "하위스플릿, 친구야 너가 가라"며 강도높은 말을 남겼다. 노 감독과 조 감독은 동갑내기 친구다.
수원과 맞붙는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복수혈전"이라는 4단어로 표현했다. 포항은 지난해 K리그 마지막 라운드 홈경기에 수원에게 지면서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놓친 바 있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전날 열린 베이징 궈안과의 ACL 2라운드 경기 출전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윤정환 울산 감독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윤 감독은 "울산 철퇴축구 제 2막 열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