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봇물 터지 듯 발생할 페널티킥이 동면에서 깰 2015년 K리그 클래식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106개,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선언된 페널티킥 판정수다. 그런데 명백한 반칙인데도 심판들이 놓친 페널티킥은 25개나 됐다. 심판들의 소심한 판정으로 20골 이상 전체 득점이 줄어든 셈이다. 팬들은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를 보고싶어 한다. 이 요구에 K리그 심판진이 발을 맞춘다.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회가 올 시즌 심판판정 가이드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페널티박스 부근 파울의 엄격한 판정이다. 수비수들에게는 가혹하다. 그러나 공격수들은 '물 만난 고기'가 된다. 더 과감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수비수들의 빈 틈을 노릴 수 있다.
화두는 공격 축구다. 그래서 판정은 더 엄격해진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포청천들의 의지다. 고의적인 경기 지연 행위를 엄단할 계획이다. 가령, 프리킥 위치를 고의로 어기거나 스로인-프리킥 지연, 파울을 한 뒤 상대가 빨리 프리킥을 차지 못하도록 고의로 볼을 터치하는 행위, 교체 사인을 받고도 걸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것을 모두 휘슬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시간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가 걸어 나가는 선수들에게도 경고가 주어진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엄격하게 적용됐던 부분이다.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선 빠른 경기 템포가 생명이다. 심판들은 56분대 머무는 실제 경기 시간을 60분대인 유럽 리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K리그의 야심찬 목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시대적 흐름에 골키퍼도 예외일 수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가 됐다. 'GK 6초룰'도 활발하게 적용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규칙서 12조 '간접프리킥' 조항에는 '골키퍼가 6초를 초과해 볼을 갖고 있을 경우 간접프리킥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시즌에는 골키퍼의 6초룰 위반으로 클래식에서 두 차례, 챌린지(2부 리그)에서 10차례 간접프리킥이 부여됐다. 습관적으로 시간끌기를 하던 수문장은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선수 보호를 위한 깐깐한 판정도 예고됐다. 공중볼 싸움에서 많이 발생하는 지능적인 팔꿈치 가격 뿐만 아니라 팔, 팔목, 어깨를 사용한 상대 가격 행위를 과감하게 파울로 다스린다.
그 동안 심판위원회는 성역이었다. 심판들 사이에서도 프로와 아마의 벽은 존재했다. 새 시즌 그 벽이 깨졌다. 심판 승강제가 이뤄졌다. K리그 심판은 총 46명(주심 22명, 부심 24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지난해 내셔널리그(N리그)에서 활동한 주심 4명과 부심 4명이 포함됐다. 기존 K리그 활동 평가가 저조한 K리그 심판들을 N리그로 강등시켰다. 빈 자리는 N리그에서 메웠다. 2014년 심판 평가 점수 70%와 2015년도 리그 심판 교육 평가 점수 30%를 더해 상위 성적자 순으로 K리그로 올려보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심판도 안주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