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그의 '느림의 미학'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18일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 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시속 132㎞의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유의 '느림의 미학'에 당시 경기를 관전한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도 놀라워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유희관을 낙점했다. 직접 볼을 받을 투수를 고르다가 유희관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두산의 주전 포수였던 김 감독이지만, 140㎞가 넘는 공을 받는 것은 부담스럽다. 김 감독은 "만만한 투수를 고르다가 유희관을 택했다"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유희관의 강점을 발견했다. 유희관의 공이 통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유희관의 서클 체인지업(유희관은 싱커라고 표현한다)은 확실히 위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SK 코치였다. 당시 김 감독은 SK 대표적인 좌완투수인 정우람과 박희수의 공을 받아봤다.
그들의 공통점은 서클 체인지업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박희수의 경우 두 가지 서클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서클 체인지업은 오른쪽 타자를 기준으로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다.
박희수는 각은 작지만 빠르게 휘는 공과 느리지만, 떨어지는 낙폭이 큰 공을 동시에 구사한다.
김 감독은 "박희수나 정우람의 서클 체인지업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위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빠른 공처럼 오다가 타자 바로 앞에서 급격하게 휘는 각이 더 예리하다는 설명. 김 감독은 "커브도 받아봤는데, 회전이 풀리는 게 아니라 가속도가 붙는다. 게다가 어떤 구종을 구사하든지 팔 스윙이 똑같다"고 했다. 공은 느리지만, 타자들의 체감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 두산 김태준 팀장은 "왕정치 회장도 김태룡 단장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