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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오키나와 리그' 위시 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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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가 '오키나와 리그'에 합류했다.

전용 훈련장이 없는 넥센은 1차 전훈지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가장 늦게까지 훈련한 뒤,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2차 캠프 일정은 매우 '심플'하다. 열흘간 여덟경기를 치르는 일정. 이제부터 '실전'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매년 똑같지만, 오키나와부터는 시즌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2차 전훈을 통해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팀들이 많지만, 넥센은 그렇지 않다. 이미 1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 주전과 백업이 나눠졌고 이에 맞춰 선수들은 시즌을 준비해왔다. 애리조나에서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했다면, 오키나와에서는 일찌감치 '시범경기' 모드다.

넥센은 1차 캠프 명단 43명에서 5명을 제외한 38명이 오키나와로 향했다. 명단을 통해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신인투수 3인방의 가세는 의미가 깊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에 대해 "올해도 투수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투수 쪽에선 실패한 감독"이란 말을 한다. 부임 후 지난 2년 동안 마운드를 확실히 다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다. 넥센은 KBO 최강 타선을 갖췄지만,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 파트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토종 선발 중 10승 투수 한 명 없이 필승조 몇 명의 힘으로 버텨왔다.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마지막 우승 문턱은 넘지 못했다.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 2차 1라운드, 2차 2라운드에 지명한 투수 세 명은 나란히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원태, 김해수, 김택형 모두 고졸 신인. 이들을 당장 실전에서 쓰기는 쉽지 않지만, 오키나와 캠프에 데려갔다. 지난해 신인 하영민이 시즌 때 깜짝 활약을 펼쳤듯, 이들에게도 빠르게 1군 기회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당장 1군 등판이 아니더라도, 팀의 미래로 키우기 위한 작업이다.

이들을 '실전'인 오키나와 캠프에 데려간 건 부족한 마운드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애리조나에서 가진 청백전에서 나란히 등판한 셋은 사이 좋게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신고식을 마쳤다.

신인투수 세 명의 오키나와행 이외에 주목할 부분은 바로 새로운 주전 유격수 윤석민이다.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하면서 생긴 유격수 공백, 물론 당장 강정호처럼 40홈런을 칠 대체 선수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넥센은 공격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유격수를 발굴해야만 한다.

윤석민은 염경엽 감독에게 우선권을 받은 선수다. 야구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유격수 포지션을 본 적이 없지만, 염 감독은 기존 내야진을 흔들지 않고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보인 윤석민에게 유격수 훈련을 시켰다. 1차 캠프에서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청백전에서도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출발 전, 오키나와 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윤석민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일정 기준선만 통과하면, 그대로 주전 기회를 부여받는다. 다른 보직과는 달리,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유격수 윤석민'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순조롭다. 오키나와 실전을 지켜볼 때다.

한편, 넥센의 오키나와 리그 첫 경기였던 23일 SK 와이번스전은 비로 인해 취소됐다. 넥센은 24일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