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왼손 에이스 콜 해멀스(32)는 지금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있다. 리빌딩을 추진 중인 필라델피아 구단은 몸값 비싼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유망주를 들이고 있는데, 해멀스는 아직 마땅한 카드가 나타나지 않아 스프링캠프가 개막된 지금도 팀과 함께 있다.
사실 트레이드는 해멀스 자신도 원하는 바다. 해멀스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기기를 원하고 지금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해멀스처럼 남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지는 팀'에서 하기를 바라는 정상급 선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필라델피아의 팻 길릭 사장은 최근 "리빌딩 작업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2017년이 될 지, 2018년이 될 지 모르겠다"고 밝힌 터라 해멀스의 팀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무뎌진 감도 없지 않다.
해멀스는 필라델피아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2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고 입단해 200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시즌 30경기 이상 선발등판을 하며 왼손 에이스 역할을 했고,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말 결혼해 세 자녀를 둔 가장이 된 곳, 통산 108승을 받친 마음의 고향이 필라델피아다.
그랬던 그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해멀스는 지난 2012년 1월 6년간 총액 1억4400만달러에 연장을 계약을 해 2018년까지 필라델피아에 남을 수 있다. 2019년에는 2000만달러, 바이아웃 600만달러에 구단 옵션이 걸려 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연장 계약 당시 필라델피아는 해멀스를 그렇게 장기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트레이드를 해 팀을 리빌딩 체제로 바꿀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멀스와 같은 에이스를 트레이드한다면 3~4명의 유망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는 해멀스와의 장기계약 후인 지난해 1월 25년간 총액 25억달러, 연간 1억달러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어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했다. 지난 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지미 롤린스(LA 다저스), 말론 버드(신시내티 레즈)를 내보내고 유망주를 받았으며, 지금은 해멀스와 조나단 파펠본, 라이언 하워드 트레이드를 추진중이다. 즉 향후 몇 년간 재정 부담을 줄이고 유망주들을 키워 2018년 이후 다시 한 번 경쟁력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 필라델피아 구단의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팀 안팎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해멀스가 트레이드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해멀스는 22일 스프링캠프가 마련된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서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트레이드설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해멀스의 인터뷰 발언.
"사람은 자기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지금 모든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것이 목표도 아니다. 어떤 말을 할 때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면서 배워가는 것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달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다. 난 사람들에게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꺼려하는 직설적인 답변에 어떤 목적이 담긴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기회는 있다. 필라델피아는 내가 가정을 꾸린 곳이고, 내가 진심을 다하는 곳이다. 얼마전 이야기한 것은 지난 1월초 말한 것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필라델피아가 가까운 미래에 약한 팀이 될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한 것 뿐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필리스 선수다. 언론이 지금 우리 팀이 올해 경쟁해서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을 쓰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구단 방침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구단 프런트가 하는 일이 있고, 나는 마운드에 올라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하면 되는 구성원일 뿐이다. 그리고 나서 나의 목적을 이행하면 된다. 명문 구단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했고, 가정도 이루고,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참 좋았던 일이다. 필리스 팀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시민들을 대표해 경기를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 내 능력이 다 할 때까지 계속 그렇게 남고 싶다."
한편, MLB.com은 '해멀스는 2018년까지 앞으로 4년간 96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다. 필라델피아는 해멀스를 받는 구단이 그의 연봉 대부분을 부담할 것을 원하고 있다'며 트레이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