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뜬금이 없어 보였다.
12일 KIA 타이거즈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킨베이스볼스타디움. 청백이 끝난 뒤 선수 전체가 내야 그라운드에 모였다. 김기태 감독이 전체 훈련을 마무리하는 자리. 그런데 김 감독이 갑자기 외야수 나지완을 불렀다.
쭈뼛쭈뼛 앞으로 나온 나지완에게 김 감독은 1만엔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곧이어 나지완은 선수단 전체를 앞에 두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KIA 구단 관계자는 "나지완이 '다들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한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나지완이 청백전의 MVP로 뽑힌 것도 아니다. 청팀 4번 타자로 출전한 나지완은 7회까지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성적을 들어 특별히 치켜세워줄 상황은 아닌 듯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훈련이나 청백전이 끝나면 늘 이어지는 행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벌어지는 '돌발 이벤트'다. 시상 명목도 붙이기 나름이라고 했다.
나중에 김 감독에게 물어보니 "나지완이 주루 플레이를 열심히 해 격려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나지완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 즉석 이벤트를 마련하 것이다. 김 감독은 이런 식으로 선수에게 다가가 마음을 사고 있었다. 물론, 선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일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선수, 구단 관계자 모두 입을 모아 김 감독이 취임한 후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KIA 캠프를 찾은 조성환 KBS N 해설위원은 "예전에 밖에서 봤던 KIA가 맞나 싶다.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나지완 이벤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에 앞서 선수단에 "밝은 분위기에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밝고 씩씩하게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자는 주문이었다.
최근 몇 년 간 '야구 명가' 타이거즈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3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년 연속으로 9개 팀 중 8위에 그쳤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