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찾아간 한화 이글스의 일본 고치캠프.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73)의 지휘 아래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계속되는 지옥훈련을 진행중이다.
3년 연속 최하위였던 한화지만 김 감독 취임 이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년도 최하위 팀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해야할까. 김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과거 꼴찌를 한 뒤 곧바로 우승을 한 경우가 있는지 과거 사례를 살펴봤다.
한국에서 전년도 최하위 팀이 다음 해에 우승한 케이스는 1984년의 롯데 자이언츠 한 번 밖에 없었다. 일본을 봐도 그런 사례는 1960년 다이요 웨일스, 1975년 히로시마 카프, 197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2001년 긴테쓰 버팔로스 등 4번에 불과했다. 쉽지 않은 꼴찌에서 우승으로의 전환인데 그런 기쁨을 선수로서 직접 경험한 인물이 한화에 있었다. 지난 2001년 긴테쓰의 포수로 활동한 후루쿠보 겐지 배터리코치(51)다.
후루쿠보 코치는 1983년 프로 입단 이후 2002년 은퇴할 때까지 20년 동안 긴테쓰에서만 현역생활을 보냈다. 긴테쓰는 1999년과 2000년, 2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해 지금의 한화와 비슷한 상태였지만 2001년에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후루쿠보 코치에게 2001년 긴테쓰가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물어 보니 고개를 갸웃하며 "글쎄요. 사실은 특별히 뭔가 있어서 우승했다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팀이 하나가 되고 선수 개개인이 좋은 결과를 냈을 뿐인 것 같아요"라고 다소 실망스런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
2001년의 긴테쓰는 과거 우승 팀과는 다른 상식과는 맞지 않은 모습으로 우승을 한 팀이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선 마운드가 강해야 한다지만 긴테쓰는 그렇지 않았다. 긴테쓰의 그해 팀 평균자책점은 4.98로 퍼시픽리그 최하위였고, 팀내 최다승인 12승을 했던 니시카와 가쓰히코의 평균자책점은 5.89나 됐다.
반면 타선은 최강이었다. 팀 타율은 리그 1위인 2할8푼이었다. 3번 타피 로즈와 4번 나카무라 노리히로 둘이서 홈런 101개와 263타점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타격을 자랑했다. 그 해 긴테쓰의 도루수가 리그 최하위인 35개에 그쳤던 것을 보면 발빠른 팀도 아니었다. 오로지 막강타선으로만 우승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하위 팀이 짧은 기간에 전력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우승까지 노린다면 2001년의 긴테쓰처럼 기적적인 타선의 폭발에 기대는 게 지름길로 보인다.
고치캠프에서 한화의 타자들을 보면 김태균(33)의 안정감은 올해도 예년과 같이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함께 타격을 이끌어줄 거포의 존재 여부가 한화가 2001년의 긴테쓰처럼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할 듯하다. 그 거포가 지금 재활 중인 송광민(32)이나 최진행(30), 혹은 이번 캠프에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김회성(30)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김회성의 수비를 집중 지도중인 오하시 유타카 인스트럭터(69)는 지금의 김성근 감독에 대해 "SK 때보다 투수가 약해서 감독님이 고생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타자들이 잘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딱 1번, 일본에서도 4번 밖에 없는 꼴찌에서 우승의 기적. 올해 한화는 2001년의 긴테쓰처럼 타선의 힘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