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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시대, 러브 버라이어티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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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했다. 그러나 이젠 사랑도 사치가 되는 시대다. 사랑과 연애는 더 이상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의 우울한 현실 속에 TV가 담아내는 연애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낭만적이지만 그 뒷맛은 쓰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JTBC 신규 프로그램 '나홀로 연애중'은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성시경, 전현무, 김민종, 장동민, 크로스진 멤버 신 등 다섯 남자 멤버들은 다양한 연애 상황을 담은 VCR을 보면서 화면 속 여성과 가상현실 연애를 한다. 노래방에서 함께 듀엣곡도 부르고 서로 눈을 맞추며 손을 잡기도 하지만, 여자는 화면 속에, 남자는 화면 밖에 있다. 연애인 듯 연애 아닌 연애 같은 상황에 출연자들은 스스로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하고 자조하기도 한다.

4일 경기도 일산 빛마루 방송센터에서 열린 '나홀로 연애중' 기자간담회에서 성시경은 "요즘 신세대 용어 중에 '병맛'이란 말이 있는데 꼭 그런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그는 "모니터와 마주 앉아서 화면 속 여성과 교감하는 상황이 즐겁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몰입하는 모습이 스스로 창피하고 속상하더라"면서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연출자 성치경 CP는 "가상현실 연애가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삼포세대와 싱글족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 트렌드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풍자하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성 CP는 "싱글족 500만 중에 연애하는 사람의 비율이 30프로 미만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니 혼자 밥 먹을 때 말을 걸어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다더라. 우리 프로그램이 연애를 하고 싶어도 상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대리만족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홀로 연애중'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화면 속 여성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 그러나 진짜 현실은 아닌 아이러니. 그 간극에서 각자의 연애 스타일을 발견하고, 판타지가 아닌 진짜 연애를 꿈꾼다.

장동민은 "녹화를 하면서 내게 맞는 짝이 따로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고, '맏형' 김민종은 "독거노인이라고 놀림 받고 있는데 시청자들에겐 내가 좀 처량해 보일 것 같기도 하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전현무는 "처음엔 출연자들이 남자라 여자들은 무슨 재미로 볼까 의아해했는데, 은근히 남자에 대한 공부가 된다는 여자들의 후기를 접했다"며 "시크릿 전효성을 비롯해 가상연인으로 출연하고 싶어하는 여자 아이돌이 많다"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굳이 연애를 상상으로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성시경은 "우리 시대 연애의 대안을 보여주려는 것도, 연애의 좋고 나쁨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도 아니"라며 "서글프면서도 재밌는 복합적인 감정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성 CP도 "치맥이나 불량식품이 몸에 부담스럽다는 걸 알지만 무척 먹고 싶은 날이 있지 않나"라고 비유하며 "'나홀로 연애중'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부연했다.

'나홀로 연애중'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