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도 얘기해줄 수 있다. (이)대성아, 조급해 하지 말거라."
울산 모비스 피버스 유재학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다. 아니, 정말 마음에 들게 잘하면 백 번이라도 칭찬해줄텐데, 유 감독의 눈에 차는 농구를 보여주는 선수가 몇 없기에 칭찬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유 감독이 특별히 챙기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 2시즌째를 맞고 있는 이대성. 우여곡절 끝에 지난 시즌 모비스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무대에 입문해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공헌했다. 중앙대에서의 적응 실패와 미국에서의 방황, 그렇게 일반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선수가 됐다. 언뜻 보기에는 항상 올곧은 유 감독이 좋아하지 않을 스타일로 보일 수 있지만 유 감독은 입단 때부터 이대성을 챙겼다. 무한한 잠재력을 언급하며 "국가대표가 될 선수"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막판 입은 발목 부상 여파로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경기에 조금씩 투입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대성이 길게 뛰지 못하는 이유가 이유가 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웨이트트레이닝 여파도 있다. 이대성은 욕심이 많다. 당장 나가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오프를 보고 있다. 그래서 시즌 중임에도 몸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팀 내 성실왕 클라크가 "대성, 너 그 무게 들며 운동하면 내일 경기 못뛰어"라고 해도 이대성은 무거운 기구들을 번쩍번쩍 든다. 근육에 무리가 가면 경기 출전에 지장이 있다. 유 감독도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아무말 하지 않는다. 유 감독은 "그냥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정규리그 우승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대성이 플레이오프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이대성이 발목 부상을 참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하며 모비스가 우승할 수 있었다. 이대성의 강점은 화려한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가드로서 같은 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키도 크고 스피드도 좋으며, 힘까지 갖췄다. 이대성이 작정을 하고 수비를 붙으면 상대 가드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 경기 중요한 수비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더더욱 중요한게 바로 앞선 수비다. 앞선에서부터 압박 수비를 펼쳐야 긴장감이 팽팽한 경기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다.
이대성은 3일 고양 오리온스전 딱 2분59초를 뛰었다. 돌파 후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 실책을 저질렀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치고 들어가다 빼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라며 웃었다. 이대성이 빼줄 능력이 없는 선수가 아니다. 어렵게 잡은 출전 기회, 유 감독에게 어떻게라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결국, 농구선수는 골을 성공시켜야 돋보인다.
유 감독은 "이대성에게 공개적으로도 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렇게 욕심 안내도 된다. 단, 경기에 투입될 때 자신이 경기를 리딩하러 들어가는 것인지, 해결사 역할을 해야할 때인지 판단하며 뛰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를 전했다. 유 감독은 이대성이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모든 것을 감안해서 지켜보고 있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