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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눈빛 좋다"던 모건 왜 돌려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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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빈말이 아니었다. "(말 안들으면)보내버리겠다"던 말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73) 감독이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을 일본 고치캠프에서 전격 퇴장시켰다. 한국에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몸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모건은 2일 오후 일본 하네다 공항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캠프 합류 불과 일주일만에 벌어진 상황. 모건은 다른 두 명의 외국인 투수인 쉐인 유먼(36), 미치 탈보트(33)와 함께 지난 1월25일 고치 캠프에 합류했다. 모건과 김 감독의 첫 만남은 순조로웠다. 비록 메이저리그 시절에 벌인 몇 가지 사건들로 인해 '악동' 이미지를 갖고 있던 모건이었지만, 한화에서는 밝고 씩씩한 이미지로 첫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날 밤 팀 숙소 로비에서 김 감독을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굽혀 '폴더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모건의 각오마저 엿볼 수 있었다. 그 사진 프레임 안에 '악동'은 없었다. 낯선 환경에서 진지하게 적응하려는 35세의 진지한 외국인 선수만 있었다.

이후 진행된 팀 훈련. 초반에 김 감독은 모건에 대해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렸었다. 팀 합류 후 이틀이 지난 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눈빛이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다르다. 준비를 잘 해온 것 같다. 올해 상당히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매우 이례적인 호평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훈련에 임하는 모건의 기본 태도가 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모건 역시도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하면서 예의와 존중을 배웠다. 한화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며 굳은 결의를 내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과 모건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훈훈하던 분위기에 찬바람이 분 것은 팀 합류 4~5일이 지난 시점부터. 모건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김 감독 스타일의 훈련에 몸이 버텨주질 못한 것이다. 현재 한화 캠프의 훈련량은 세계 어느 리그의 팀보다도 많다. 페이스도 마찬가지로 빠르다. 한화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김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선수들을 몰아갔기 때문. 아무리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의 입장에서 이런 훈련은 낯설고 힘들다. 갈수록 모건의 피로감은 깊어졌다. 몇 차례 통증과 피로를 호소하는 일이 생겼다. 모건의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말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열외를 허용하는 건 김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다.

결국 김 감독은 모건에게 한국행을 통보하게 됐다. 훈련량이 부담스러운 고치 캠프에서 계속 사기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이정훈 2군 감독이 지휘하는 서산 2군 훈련장에서 좀 더 편안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라는 것. 김 감독만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야수조의 훈련량이 특히 많아서 모건이 다소 힘들어했다. 때문에 국내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기술 훈련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또 김 감독님이 이정훈 2군 감독을 신뢰하기 때문에 모건을 맡겼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배려의 차원만으로 보면 안된다. 초반에 외국인 선수의 기를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한 의미도 없지 않다. 첫 만남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던 모건이 조금씩 풀어지려는 듯 하자, 고삐를 당긴 셈이다. 김 감독은 이미 일찍부터 모건이 돌발행동을 했을 때의 대응 방침을 확실히 세워둔 바 있다.

지난 1월15일 인천공항에서 스프링캠프 출발 전 가진 인터뷰 때 김 감독에게 물었다. "만약 모건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김 감독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보내버리면 되지."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가볍게 서산 캠프로 보낸 것이지만, 다음 번에는 '고향'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