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이번 대회서 보여준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활약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기성용은 대회 전부터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평가전에 소집될때마다 "아시안컵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싱데이를 치르고 왔지만 기성용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 한국이 치른 전경기에 출전했다. 지치고 또 지쳤지만 그의 발은 몸추지 않았다. 왼팔에 찬 주장 완장의 무게감에 그는 쉴 수가 없었다.
그의 능력은 탈아시아급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한국의 공수를 조율했다. 그의 패스는 환상적이었다. 거리, 방향 모두 완벽했다. 대지를 가르는 환상적인 롱패스로 여러차례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노련한 키핑력도 과시했다. 그에게서 볼을 뺏어낼 수 있는 아시아 선수는 없었다. 두 절친들의 낙마속에서 기성용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부주장' 이청용(볼턴)은 이미 조별리그 1차전 오만전에서 정강이 부상을 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설상가상이었다. '절친' 구자철(마인츠)마저 호주전에서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했다.
슈틸리케호는 고비마다 기성용 시프트를 사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 왼쪽 윙어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맹활약을 펼친 기성용의 존재 때문에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8강 연장 승부와 4강까지 치른 기성용은 바닥난 체력 속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호주는 기성용을 강한 몸싸움으로 밀어붙였지만, 기성용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에게 주어진 하중이 너무 컸다. 눈물을 흘린 기성용이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금 정상 진입에 실패했지만 기성용이라는 확실한 리더를 얻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